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차관 경질이 의-정 대화의 전제일 순 없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기자수첩]차관 경질이 의-정 대화의 전제일 순 없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 대한 조처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이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곧 발표할 의대교육 내실화 방안을 단초로, 1년간 평행선을 내달린 의정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해당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비공식 대화의 자리였다.

박 차관은 지난 1년간 의료계와 직접 부대끼며 좋든 싫든 정부의 '의대 증원'을 상징하는 역할을 떠안은 인물이다. 의정갈등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수많은 발표와 주요 업무의 처리가 그의 손과 입을 통했다. 사직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강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처분 또한 표면적으로는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의정갈등 국면에서 기자가 만난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의대생들 역시 박 차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일쑤였다. 기사에 담기 어려운, 증오로 가득 찬 언사 또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어느 집단이 자기들의 중대한 이해관계와 관련해 특정 인사에 대한 반감을 품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 그런데 마치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되는 '박민수 경질론'을 듣고 있노라면 '반년 동안에만 3000명 넘는 초과사망을 야기한 게 일개 차관 한 사람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실무자의 경질 여부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며 그가 경질된다고 의료계가 태도를 확 바꿀 리 없다는 걸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의료계도 나름의 입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의협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국회의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 참석 입장을 밝힌 것이 일례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에 따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내포한 행보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타협의 공간이 특정 인사의 경질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치여 사라져버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게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분노를 최대한 내려놓고 문제 해결에 집중할 시간이며 감정이 아닌 이성에 의지할 때다.


사태는 특정 관료 한 사람, 특정 부처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준을 이미 한참 뛰어넘었다. 의정갈등의 장기화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