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만 방긋…10곳 중 4곳은 부정적 전망
대미 통상환경 변화 대응 "대체시장 발굴"
'환율 변동성' 대응 위해 정책적 지원 필요
'트럼프 리스크' 본격화로 우리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전반적인 경영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관세 전쟁'에 비견되는 대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현지생산 확대'가 아니라 '대체 시장 발굴'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4일 발간한 '2025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우리 수출기업 48.6%는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37.3%는 전년 대비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상황이 개선될 거라 전망한 기업은 14.2%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수출기업 101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에서 경영환경 악화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거라는 응답은 대기업(45.3%), 중소기업(38.4%), 중견기업(32.1%) 순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경영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선박 분야가 유일했다. 수주 물량이 증가한 가운데 투자 활동도 개선될 거란 예상이 더해진 결과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자동차, 의료·정밀·과학기기 등 분야는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화학공업 제품과 무선통신기기·부품,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 등 분야에선 경영 악화와 더불어 국내외 투자 위축 우려까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보편관세' 도입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응답 기업 55.5%는 보편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대미 수출은 전년과 유사할 것으로 봤다.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부과되는 것인 만큼 '같은 환경 속에서의 경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 영향에도 대미 수출 증가를 전망한 산업군으로는 역시 선박 분야가 꼽혔다.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통신, 한류 인기에 힘입은 미용기기 및 화장품 등 분야도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은 대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대체 시장 발굴(27.3%) ▲원가절감(25.6%)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생산 확대'를 고른 기업은 가장 적은 4.1%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의 투자도 소극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절반 이상의 기업들은 국내·국외 투자 모두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22.2%, 확대를 계획 중인 기업은 16.6%로 집계됐다. 해외 투자의 경우에도 축소 응답이 21.8%, 확대 계획은 19.5%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 밖에도 수출기업들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환율 안정(28.1%) ▲물류 지원(15.7%) 등을 최우선 정책으로 꼽았다. ▲신규시장 개척(14.3%) ▲세제 지원(13.8%)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최근 환율 상승세에 대해서는 수출기업에 일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환율 변동 폭이 커 자금 운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류비 역시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예측이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지원과 함께 향후 추가적으로 이뤄질 보호무역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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