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스터츠·배리 마이클스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안전지대는 되레 삶을 위협해
고통과 대결할 때 불안감→전투의지
용기·포용·자유·평온·끈기로 자신 지켜야
"낯선 즐거움보다 익숙한 불안이 낫다." 예민한 성향으로 쉽게 불안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도전과 변화는 고통처럼 느껴지며, 차라리 익숙한 불안을 선택하게 만든다. 익숙한 불안은 그들에게 안전지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 셀럽들의 심리상담가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는 이 책에서 안전지대가 오히려 삶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안전지대는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삶의 범위를 점점 좁힐 뿐"이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처럼 세상의 모든 성과 앞에는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통을 견디고 통과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현실에 안주한다. 이때 손해를 고통을 피하기 위한 대가로 여기기도 한다.
저자는 고통을 피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를 극복하기 위해 ‘욕구 뒤집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툴(tool)’을 적용하는 것을 권한다. 먼저 미루고 싶은 전화, 성과에 대한 압박감, 따분한 과제 등 ‘고통’이라고 느껴지는 대상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고통과 마주하며, 이를 뭉게구름처럼 다가오는 상대와 대결한다고 상상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하면 불안감은 전투 의지로 바뀐다. 저자는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고통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고통을 대하는 힘은 매우 강력하다. 빅터 프랭클은 이런 고통에 대한 태도로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중요한 점은 개인의 목표와 세상이 요구하는 목표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프랭클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이다"고 강조했다.
‘능동적 사랑’은 고통을 희석하는 데 효과적이다.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생긴다. 사랑과 같은 외부 자극은 분노를 포함한 부정적인 감정을 순식간에 변화시킨다. 마치 배부를 때 여유가 생기는 것처럼, 긍정적인 자극은 또 다른 긍정을 낳는다. 저자는 어릴 적 자동차 여행 중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품고 있던 자신이, 길을 잃은 강아지를 발견하면서 마음이 열렸던 경험을 예로 든다. 그는 "겁먹고 불쌍한 강아지를 향한 사랑이 온몸을 감쌌다"며 "갑자기 우주의 중심축이 바뀐 것 같았다. 놀랍게도 아빠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다"고 회상한다.
쉽게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 앞에 서면 태도가 경직되고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져 자기혐오에 빠지는 이들도 많다. 저자는 이러한 증상의 근원에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숨기려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까지 감춰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이 청중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그림자에 집중하며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보라는 것이다. 그는 "그림자와 하나 된 일체감을 느낄 때 비로소 내면의 자아가 표현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 툴을 숙달하면 과거에 얼어붙었던 상황에서도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용기, 포용, 자유, 평온, 끈기라는 다섯 가지 툴을 통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책 서두에서는 기존의 임상적 처방이 고통받는 개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사례를 언급하며, 책 전반에 걸쳐 실제적인 해결책을 담아냈다. 수줍음을 극복하고 싶을 때,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을 때, 창작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을 때 등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실효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스터츠’의 주인공 필 스터츠 박사의 첫 번째 저서다.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불안의 원인을 듣기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내담자의 한마디가 저자에게 큰 충격을 줬고, 이 책은 그 충격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고통을 극복한 다양한 사례와 실천법이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 필 스터츠·배리 마이클스 지음 |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392쪽 | 1만8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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