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주의력의 희소성에 주목
알고리즘을 통한 관심의 자본화
필터버블 등 사회·윤리적 문제 제기도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는 인간의 주의력(Attention)을 희소한 재화로 여겨 이와 관련한 경제(Economy)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자 접근법이다. ‘주의력 경제’나 ‘관심 경제’ 또는 ‘주목 경제’라고 번역한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이 이론화했다. 그는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좋아요’ 버튼이 갖는 경제적 영향력을 일컫는 라이크 이코노미(Like economy), 자극적인 섬네일(Thumbnail)과 내용을 통해 일부러 분란을 일으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어그로 이코노미(Aggro economy) 또한 어텐션 이코노미와 비슷한 맥락에서 파생됐다.
정보는 인간의 관심을 소비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은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규모의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정보가 늘어날수록 인간이 개별 정보에 할당할 수 있는 주의력은 줄어든다. 인간의 주의력이 정보사회에서 더 희소한 자원이 되는 이유다.
기업은 경쟁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설계한다. 고객이 자사의 플랫폼에 계속 머물도록 하기 위해 심혈을 쏟는다. 유튜브의 영상추천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이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은 정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사용자의 검색어와 영상의 관련성, 영상 실적 등에 기반을 둔다고 알려져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결과는 탁월했다. 7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의 국내 7월 총 사용 시간은 19억8000만 시간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카카오톡(5억4413만 시간)과 3위 네이버(3억5483만 시간) 등 다른 기업의 성과를 압도했다. 이는 영상에 삽입되는 광고 수익과 멤버십 수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유튜브의 올해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80억9000만달러(11조1730억원)에 이른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지난 4월 보도했다. 고객의 관심을 잡는 것이 기업에게는 돈이 된 것이다.
‘관심의 자본화’는 많은 사회·윤리적 문제를 낳았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개인 맞춤형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필터 버블이 이슈로 떠올랐다. 필터 버블은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를 바탕으로 플랫폼이 걸러낸 정보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내용은 무시하는 경향인 확증편향 문제도 이와 함께 부각됐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소비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윤리를 외면하고 수익화 경쟁에만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 등 6개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2022년 18세 미만 청소년 이용자로부터 110억달러(14조2000억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특히 유튜브는 12세 이하 사용자로부터 9억5910만달러(1조2300억원)에 이르는 가장 많은 광고 수익을 창출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다크패턴(Dark pattern)'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착각과 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싼 맛에 쓰다가 망하게 생겼다…세계 시장 뒤흔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