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강경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해외 유학생·졸업자 비자 요건을 잇달아 강화하자 글로벌 기업 및 대학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 산학협력 단체인 전국대학기업센터(NCUB)는 16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영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영국에서 찾을 수 있는 인재, 기술, 혁신적인 아이디어 때문"이라며 "상세하고 종합적인 검토 없이 비자 방법을 변경하지 말라"고 밝혔다.
해당 서한 발신자 명단에는 지멘스, 앵글로아메리칸, EDF에너지, 리오틴토, 탈레스, 넵튠 에너지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부가 탄력적인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부문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위험에 처했다는 명확한 경고신호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정책으로 인해 연구자금 격차가 확대되고 유학생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재정적 압박은 영국의 가장 큰 전략적 강점 중 하나를 약화시키고, 기업은 물론 경제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24개 주요 대학이 속한 러셀 그룹의 팀 브래드쇼 대표 역시 이민자문위원회(MAC)에 보낸 서한에서 "유학생을 제한하는 변화가 추가된다면 대학 부문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이는 지역사회 소비 감소, 영국 학생 기회 축소, 영국 연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석사 과정 유학생의 가족 동반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 3월 대학 졸업자에게 주는 최장 3년의 졸업 비자가 이민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미 KPMG와 딜로이트, HSBC 등 금융권은 비자 문제로 영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채용을 취소하기도 했다. 대학 유학생 수도 감소세가 확인된다. 국제학생 등록 관리 플랫폼 인롤리에 따르면 이번 달 기준으로 영국 24개 대학에 대한 입학 지원 예치금은 작년 대비 57% 감소했다. 제프리 윌리엄스 인롤리 대표는 "예치금은 대학 등록의 주요 지표"라며 "이것이 급감했다는 것은 유학 장소로서 영국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무부 의뢰로 졸업 비자의 타당성을 조사한 MAC는 지난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졸업 비자가 이민에 악용된다고 볼 전반적인 징후가 없다면서 정부에 사실상 유지를 권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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