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수거책 역할 맡다가 현행범 체포
법원 “엄중한 처벌은 다소 가혹하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10대 고등학생이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고등학생은 법정에서 검사의 구형을 듣고 실신하기도 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김동진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의 김모씨(18)에게 벌금 29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 수거책’ 역할을 제안받고, 이들과 공모해 피해자 A씨에게 현금 약 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3월 A씨에게 전화해서 A씨의 딸이 납치된 것처럼 행세하며 돈을 요구했다. 딸의 전화번호로 발신번호를 변작하는 등 치밀함을 보인 일당은 A씨에게 “은행에서 돈을 찾고 있으면 사람을 보내겠다”고 지시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 날 오후 5시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 매장 앞에서 A씨를 만나 현금 600만원을 전달받았다.
사건 발생 현장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씨는 법정에서 “아르바이트로 현금을 수거한 사실은 있지만 보이스피싱 범행의 고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 행위가 비정상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채로 행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행해지는 보이스피싱의 사회적 폐해를 고려해서 원칙상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엄중한 형사처벌이 내려질 경우 국내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연령과 환경 등에 비추어 다소 가혹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씨가 만 18세의 고등학생으로 사회 경험이 미숙한 점, 초범이고 피해액이 바로 회복된 점, 과도하게 긴장한 나머지 검사의 구형을 듣고 실신하는 등 고등학생 신분으로 범죄와 연루됐다는 충격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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