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 가속기 이용해 개 종양 치료
의료단체 “있을 수 없는 일” 반발
SNS서도 갑론을박 이어져
칠레의 한 병원에서 진료 외 시간에 개에게 방사선 치료를 시행, 의료 윤리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일간지 엘메르쿠리오와 비오비오칠레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수도 산티아고 남쪽에 있는 로스리오스주 발디비아의 공립 병원에서 개 한 마리가 비강(코) 부위 종양 치료를 위해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선형 가속기는 방사선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의료 장비다. 높은 에너지의 X-선이나 전자선을 환자의 피부에 통과시켜 몸 내부에 있는 종양까지 도달하게 해서 암세포를 없앤다. 종양 세포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방사선 용량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초정밀 기술이 필요한 만큼, ‘최첨단 의공학의 집성체’로 불리는 고가의 장비다.
이번 논란은 선형 가속기 치료를 위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30명 가까운 암 환자 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증폭했다.
해당 병원 측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으며, 개가 치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오비오칠레는 병원 측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됐으며, 진료 외 시간에 수행했다”는 해명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의료단체는 반발 성명을 냈다. 견주가 개를 돌봐달라는 요청을 했다 해도 동물병원이 아닌 이상은 병원 관계자의 승인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의료단체는 "어떻게 해서 개를 치료하게 된 것인지 절차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리오스주 보건 분야의 총책임자인 크리스티아 오헤다 역시 "보건 당국이 병원에 전달한 모든 허가 및 승인은 사람을 치료하는 걸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번 일에 대해 칠레의 주요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이 엄마나 아빠보다 위에 있다는 건 부조리하다”, “사람이든 개든 적절한 장소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찬반 여론부터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는 게 좋다”는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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