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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떠돈 3만2000t '유령'항공모함, 대서양에 수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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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군, 3만t 항공모함 폐기 계획 발표
'석면 논란'으로 고철로도 못 팔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브라질 해군이 수개월째 바다를 떠돌고 있는 퇴역 항공모함을 대서양에 수장시키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해군은 수개월째 브라질 앞바다에서 떠돌고 있는 재래식 항공모함 '상파울루' 호를 대서양의 브라질 해역 내에 수장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정에 앞서 브라질 검찰은 이 배의 해양 폐기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과 환경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군의 조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날 법원의 기각 처분이 내려졌다.

브라질 해군은 성명을 통해 "이 배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여건이 악화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체를 폐기하고 계획된 방식으로 침몰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해군은 1일(현지시간) 퇴역 항공모함 '상파울루'호를 대서양에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브라질 해군은 1일(현지시간) 퇴역 항공모함 '상파울루'호를 대서양에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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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 호는 지난 60년간 갖은 신산을 다 겪었다. 상파울루 호의 원래 이름은 '포슈'였다. 1963년 프랑스에서 건조될 당시 1차 대전 때의 프랑스 명장 페르디낭 포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현대식 항공모함으로 불렸던 이 배는 배수량이 만재 때 3만2000여t으로 비행기 40기를 운반할 수 있다. 40년 가까이 프랑스 해군에서 활약한 '포슈'는 2000년 브라질로 팔려 간다.


'상파울루'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된 이 배는 브라질 해군의 유일한 재래식 항공모함으로 등극했다. 상파울루 호에 거는 기대도 컸다. 당시 브라질 대통령 페르난두 카르도주는 "상파울루 호의 취역은 우리 해군이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능력을 증대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장비가 노후화하면서 운용비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상파울루 호는 2018년 브라질에서의 20년간의 '함생'을 마감한다.


한때 박물관함으로 쓰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상파울루 호의 마지막 모습은 '고물'이 될 예정이었다. 2021년 고철용으로 튀르키예 조선소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해군 기지를 떠났던 이 배는 끝내 튀르키예로 들어갈 수 없었다. 튀르키예 당국이 이 배에 유해 물질인 석면이 포함됐을 수 있다며 입국허가를 내주지 않아서다.

배는 먼 길을 다시 돌아왔으나, 브라질 항구에서도 이 배가 계속 방치될 경우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정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몇 개월 동안 브라질 앞바다를 떠돈 상파울루 호는 '유령'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결국 브라질 해군은 해안으로부터 350㎞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이 배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환경단체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독성 물질로 인해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린 항공모함이 해양에서 가장 큰 쓰레기 중 하나가 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바젤행동네트워크(BAN)의 짐 퍼킷 국장은 이 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중대한 과실이며 국제 환경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모함을 이러한 방식으로 가라앉힐 수는 없다며 다시 브라질 내로 들여와 환경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해양쓰레기 프로그램 책임자인 낸시 월리스도 "바다에 버려진 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독성 화학물질이 해양 동물들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버려진 선박은 기름 유출을 일으키고 페인트 등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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