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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잇수다]연진이는 그래도 수당은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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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잘 썼길래 두 번 보는 중이야. 다른 기상캐스터들이 다 나 욕하는 거 알지? 자기 원고 하나 못 쓰는 게 무슨 기상캐스터냐고. 이래서 내가 안 쓰는 거야. 너한테 월급 주면 이렇게 나오는데, 내가 쓰면 거지같이 나오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 분)은 방송작가를 고용해 기상캐스터 대본을 대필시킨다. 원고가 마음에 든 연진은 이내 작가에게 여권이 있느냐 물은 뒤 휴가 때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해서 오라며 한 번 더 잘 쓴 원고를 칭찬한다. 기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작가를 바라보며 그는 코디네이터에게 말한다. “푼돈으로 방금 내가 쟤 하늘이 됐어” 해당 씬의 유튜브 영상 댓글은 대부분 “욕설 없음. 폭력 없음. 기브앤테이크. 보너스까지 완벽” “좋은 상사는 말은 좀 거칠어도 기브앤테이크 확실한 사람” 이라며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예잇수다]연진이는 그래도 수당은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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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사진제공 =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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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방송작가를 3無 직업이라 말한다. 프리랜서로 고용된 이들은 계약서, 원고료 인상, 산재보험 없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위태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멋있고 화려한 방송 프로그램의 이면엔 원고 구성과 장소, 인물 섭외는 물론이고 급하면 분장에 요리까지 나서는 만능 작가, 아니 ‘잡가’의 땀과 눈물이 숨어있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촬영, 명절이나 공휴일은 평일보다 더 바쁜 환경이지만 작가의 야근수당이나 초과근무 수당은 없다. 외려 6개월 주기로 찾아오는 봄가을 개편 때 자리보전을 걱정해야 한다. 2016년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 유니온이 발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170만6070원, 막내 작가 시급은 3880원이었다. 급여 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 이상인 54%였고, 참여한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 중단 또는 결방 시엔 임금을 받은 적이 없거나 받지 못한 적이 많다는 응답이 72.9%에 달했다. 오만에 찬 연진을 향한 뜻밖의 긍정적 반응은 그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일하는 작가에 투영된 우리 모습에 대한 연민이자 기대 이상의 보상에 대한 환호로 풀이된다.

영상 댓글에는 연진이가 모 가수보다 낫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드라마가 공개된 시기,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가수의 직원 채용 공고가 논란이 됐다. 그가 직접 자신의 SNS에 공유한 CS(Customer Service·고객서비스) 담당 직원 공고엔 고객 응대 전반을 비롯해 상담, 물류센터와 소통, 해외 고객 이메일 영어 응대를 맡을 3년~7년의 경력자를 연봉 2500만원에 뽑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세금을 제하면 실제 월 수령액은 약 190만원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집에 설치한 2700만원 하는 가스레인지를 소개하고, 회사 사무실에 직원 책상은 기업 협찬으로 설치하고도 자신의 책상은 700만원대 독일 제품으로 따로 구입한 그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에서 작가 히노 에이타로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며, 돈 받는 만큼 일하겠다는 것이 결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후줄근한 회색 후드티, 밤샘에 찌든 듯 초췌한 기색의 더 글로리 속 작가는 어느 나라로의 여행을 계획했을까. 그는 잠시나마 행복했을까. 동은(송혜교 분)의 문체를 빌려 적어보고 싶다. “연진아, 세상엔 너보다 더 나쁘고 악독한 회사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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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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