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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에 화두 던진 얼라인 … 주주행동 원조 트러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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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 7대 금융지주에 주주 서한
트러스톤자산운용, 편법 유상증자 등에 제동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주로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업권 전체를 상대로 구조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나 금융당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 강화에 앞장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얼라인파트너스의 공개 주주 서한이 여의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날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JB금융·BNK금융·DGB금융 등 7대 금융지주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냈다.

요약하면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내달 9일까지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해 공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거나 주주환원 계획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3월 주주총회에서 직접 주주제안에 나설 방침이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은행들의 주주환원율은 24%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외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의 64%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겉으로는 배당을 확대해달라는 내용이나, 실제로는 국내 은행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대출 확대 영향으로 자기자본 비율 제재를 받고, 배당을 늘릴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창환 대표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4% 성장할 때 국내 은행 대출은 10~12%씩 늘었다"라며 "은행은 위험자산인 대출을 실행하면 자기자본을 일정 비율 쌓아야 하기에, 배당을 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금리 시기에 은행들은 대출로 성장하고, 개인은 가계부채를 쌓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내 은행들이 사실상 배당 의지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금융권 배당정책 기조도 달라졌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에 (금융감독원이) 강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는 금융사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까지 감독당국이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는 금감원이 은행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던 기존 태도와 상반되는 입장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행동주의 펀드가 개별 기업을 상대로 주주 활동을 펼쳐왔는데, 업종 전체에 화두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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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주 행동주의 원조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꼽을 수 있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만도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논란을 일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원에 유상증자 납입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유상증자를 막지는 못했지만 행동주의 펀드에 관점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당시 한라그룹 경영진과 계속 대화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금지 등 약속을 받아냈다"며 "결과적으로 폭락했던 주가가 올라가며 양쪽이 윈윈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철학은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자'로 요약된다. 편법 승계,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대주주가 마음대로 경영하는 게 아니라 원칙에 따라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면 주가도 제자리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BYC 오너 3세의 편법 승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대주주 특수관계사들이 BYC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자금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적 이익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이익 침해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비슷한 시기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에도 제동을 걸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2대 주주(지분율 5.8%)다.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런 행보에는 달라진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고, 물적분할 상장 반대 등 소액주주 권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트러스톤ESG밸류크리에이션1호'를 운용 중이다. 이 운용전략을 공모펀드로도 확장했다. 이 부사장은 "과거에 비해 성공 사례도 나오고 관심도 커졌지만 여전히 미미하다"며 "다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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