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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 없이 태어난 스페인 청년 ‘레고’로 의수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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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 만든 MK-1, 세계 최초의 레고 의수로 기네스 세계 기록
최근 자신의 인생 이야기 담은 책 펴내 … 유튜브에 작업 공개도

데이비드 아길라(23)와 그가 만든 '레고 의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데이비드 아길라(23)와 그가 만든 '레고 의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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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스페인의 생명공학도인 데이비드 아길라(23)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폴란드 증후군으로 오른팔 없이 태어났다. 어린 시절, 온갖 악담과 괴롭힘에 시달린 '왕따'였던 그의 유일한 친구는 '레고'였다. 5살 때 처음 레고를 접한 그는 '그저 재미로' 레고로 의수를 만들기 시작했고 '세계 최초의 레고 의수를 만든 사람'이라는 기네스 세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아길라는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지닌 폴란드 증후군은 몸의 한쪽 가슴벽 근육이 없는 질환으로, 같은 쪽 손에도 병변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네가 이렇게 태어난 것은 네 어머니의 잘못이다"이라고 말하거나, 있지도 않은 오른손으로 공을 잡으라는 무리한 요구도 했다. 그는 "지금의 나라면 그저 무시해버릴 어리석은 말들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레고를 처음 만진 것은 5살 때였다. 레고 조립이 그의 손재주를 향상시키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부모님의 선물이었다. 아길라는 레고로 비행기와 자동차, 기타를 만들었고 더 복잡한 레고 작품을 만드는 인터넷 영상물에 푹 빠졌다. 그가 첫 '레고 의수'를 만든 것은 9살 때로, 첫 번째 의수는 그저 팔을 안에 넣을 수 있는 단순한 상자에 불과했다. 그 후 몇년 동안은 레고에 대한 흥미를 잃었지만, 17살이 되었을 때 다시 레고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 만든 것은 손가락, 모터, 압력 센서가 있는 훨씬 정교한 의수로, 움직일 수 있는 팔꿈치 관절과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는 그래버까지 갖췄다. 아길라는 이 의수에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의 수트 이름을 따라 MK-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MK-1은 '세계 최초의 레고 의수'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다.


사실 그가 의수를 만든 것은 필요 때문은 아니었다. 수년 전 그와 부모님은 의수 구입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가격이 매우 비싼데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 "제가 보기엔 조금 다르지만 괜찮습니다. 의수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지만, 레고 의수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이미 나는 (오른팔이 없는) 내 상태에 적응했거든요. 재미있으니까 만들어요."


아길라는 자신의 레고 작품에 대한 영상을 제작했는데 이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고, 지난달에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도 냈다. 책 제목도 재치가 넘친다. 'Piece by Piece:How I Built My Life(No Instructions Required)'. '조각별로('조금씩, 서서히'라는 뜻도 지님). 나는 어떻게 내 인생을 만들었는가(설명서 필요 없음)'라는 뜻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Hand Solo'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배울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을 공개하고 있으며, 레고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그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아길라의 목표는 좀 더 저렴한 의수를 만드는 것. 그는 19살 때, 8살 소년에게 겨우 15유로(약 2만원)를 들여 두 개의 의수를 만들어 준 적도 있다. 그는 '의수에 10만 유로나 지불해야 하는 것'과 같은 불의를 거부한다. 그것은 사치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끝으로 아길라는 "내 책은 레고로 내 상황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아니라, 괴롭힘과 거의 매일 학교에서 당한 열받는 일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지금 나는 내가 '레고 의수' 망치를 가진 토르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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