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위한 스마트 케어 기업 '캐어유'
"노년기에 겪는 주요 문제 가난·질병·고독"
"어르신 위한 콘텐츠 개발에서 끝나면 안 돼…교육 중요"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캐어유' 사무실은 여느 사무실과는 다른 풍경을 보인다. 일반 사무실처럼 컴퓨터 모니터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서류 더미가 쌓여 있다는 점은 같지만, 음식점에서나 볼 법한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 또 키오스크 주변에는 열차승차권·영화 입장권·카페 영수증 등 출처 모를 각종 용지가 쌓여 있다.
2014년 설립된 캐어유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기업이다. 사무실에 마련된 키오스크 역시 어르신들을 위해 캐어유가 개발한 교육용 키오스크다. 해당 키오스크 앞에는 '비대면 시대에 어르신·장애인 디지털기기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용 엔브레인 키오스크'라는 문구가 붙어있는데, 이 기기를 통해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카드 결제 방법 등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신준영 캐어유 대표(46)는 "노년기에 겪는 주요 문제는 가난·질병·고독"이라며 "우리 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니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어르신들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어유는 현재 고령층을 위한 스마트 케어 사업과 교육·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케어 사업의 대표 서비스로는 '엔브레인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인지 강화 훈련 프로그램으로, 신호등의 색을 맞추는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기억력·순발력·사고력·집중력·판단력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또 스마트 케어 사업의 대표 제품은 '엔브레인 키오스크'다. 캐어유는 디지털기기 소외계층을 위해 교육용 키오스크를 개발했는데, 어르신들은 이를 통해 일상생활과 밀접한 카페·패스트푸드점 주문, KTX·영화관 예매 등에 대한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특히 카드리더기가 탑재돼 있는 등 실제 키오스크와 다를 바 없고, 사용자의 인지 수준에 따라 '따라 하기'와 '혼자 하기' 버전을 선택할 수 있어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를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는 '따라 하기' 버전을 반복한 후 '혼자 하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캐어유는 엔브레인 키오스크로 지난 6월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해당 키오스크를 통해 어르신들은 실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일반 가게의 키오스크들이 발전하면서 최근 엔브레인 키오스크 또한 기능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업데이트된 엔브레인 키오스크에는 지문인식·바코드 스캔·영수증 출력 기능 등이 추가됐다.
이외에도 캐어유는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시행 중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혼자서도 스마트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할 뿐 아니라 교통·배달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신 대표는 "스마트폰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고 음식 배달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며 "디지털 문해 교육의 핵심은 스마트폰과 키오스크며,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전화 등 기초 교육부터 잘해야 앱 사용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강연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84세 할머니에게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곧잘 따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며 "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에 직접 가보면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는 곳이 아직 많이 없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을 위한 제품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에서 끝내면 안 된다"며 "교육이나 서비스 등을 함께 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디지털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캐어유'는 어떤 기업인가.
▲ 2014년 '시니어 삶의 질을 높이자'는 모토로 창업했다. 창업 초기 치매 검사·치매 예방 게임 등 앱을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앱 사용법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는 거다. 이에 앱 스토어에서 앱 다운로드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당초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비전으로 창업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교육이 전제되지 않고는 어르신들이 혼자 콘텐츠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에 콘텐츠 제작 및 교육 등을 모두 하게 됐다.
- 디지털 문해 교육 등 시니어 세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 세대에 집중하는 이유.
▲ 미국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요양원이라는 곳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곳이지 않나. 그곳에서 치매에 걸리거나 재활 치료를 받는 어르신들 등 다양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콘텐츠 관련 회사, 법률 데이터베이스 회사 등을 다녔다. 그러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치매 예방 관련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창업했다. 미국 요양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했던 게 현장 경험이 돼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 3년 전쯤 서울시 평생교육원 50플러스센터에서 강연하던 중 교육용 키오스크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교육용 키오스크가 전통적인 키오스크 업체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가격대가 비쌌고, 소프트웨어 또한 업데이트돼 있지 않았다. 이를 보고 직접 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제작하게 됐다.
-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생활 전반에 걸쳐 키오스크가 늘고 있다. 어르신들은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통해 KTX·영화관 티켓 발권 방법부터 패스트푸드점·카페·푸드코트 등에서 기계로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행정 관련해서는 무인민원발급기, ATM(현금입출금기)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포인트 적립'과 '스탬프 적립'은 용어는 다르지만, 뜻은 같은 단어다. 이런 것들도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특히 키오스크 교육을 하다 보면 '우리도 배우고 싶었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배우고 싶은 욕구는 있었으나, 실제 매장에서 배우기에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고려해야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거다. 키오스크를 직접 해보면서 자신감을 얻어가는 어르신들도 많다.
-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실제로 많은 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노인 및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치매센터에서도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사용한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머리를 쓰는 인지 활동 부분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치매는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포함한다. 현재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늘면서 우리의 엔브레인 키오스크가 치매 예방 교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시니어 세대를 위해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가.
▲ 디지털 정보 격차는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할 기회 자체가 더욱 줄어들었다. 우리는 현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일상생활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지털 가속화 시대에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시작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보여드리고 싶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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