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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돈을 사랑함은 모든 죄악의 뿌리…

최종수정 2022.09.30 19:32 기사입력 2022.09.30 19:32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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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1화에서 강인구(하정우)의 성장 배경을 열거한다. 국가정보원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와 큰 관련은 없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가장의 책임감과 돈에 대한 열망이다.


강인구의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자원한다. 다리를 다쳐서 돌아오는데 곧장 일터로 향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다. 6년 동안 하루 20시간 레미콘을 운전하고, 결국 졸음운전으로 사망한다.

그는 생전 아내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침묵한 채 홍어를 안주로 소주잔만 기울인다. 강인구는 그 이유를 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깨닫는다. "남겨진 빚과 삶의 무게가 당장의 슬픔을 짓눌렀다."


혹자는 고통 속에 일만 하고 죽은 이들을 산업 역군이라 부른다. 당사자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배를 곯지 않음에 감사했다. 그러나 노예근성이 체화돼 비판력을 잃고 권력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졌다.


불행한 삶은 대체로 대물림된다. 이전부터 그랬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노예로 죽어라 고생했고, 해방 뒤에는 독재 치하에서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평생을 일만 하다 이제 겨우 살 만하니 저승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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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구도 전철을 밟는 듯했다. 어린 나이에 낮에는 소요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팔고, 밤에는 단란주점에서 손님의 시중을 든다. 결혼한 뒤에는 카센터와 단란주점을 운영하면서 미군 부대에 식자재를 납품한다. 그런데도 전셋집을 얻으면서 대출에 기댄다.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다. 당장은 고생해도 잘 견뎌내면 언젠가 달콤한 길이 열린다는 기대와 희망 속에 살아간다. 뜻대로 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쓴맛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인구에게는 수리남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이 그렇다.


흔히들 쓴맛을 봐야 인생의 참맛을 안다고 한다. ‘수리남’은 그걸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강인구는 자식에게만큼은 다른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사회정의 등은 뒤로한 채 돈 벌 궁리에 여념이 없다. 돈벌이가 중독을 넘어 신앙이 돼버렸다.


비슷한 부류의 전요환(황정민)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총괄 이사 자리를 제안하고, 마약 사업의 고정 인센티브로 전체 수익의 10%를 보장한다. "서로 같은 DNA를 믿어봅시다. 딴생각 안 하고 돈만 보는 DNA. 제대로 벌어보자고."


두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차이는 돈에 계속 구속되느냐다. 강인구는 가족의 변함없는 지지 덕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믿음은 사이비 종교로 고통받는 아이를 목격하면서 더욱 확고해진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을 해결하고도 국정원 최창호(박해수)의 사례에 연연하지 않는다.


"저희 회사가 관리하는 단란주점 두 곳을 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2년 정도 운영하시다 보면 잔금보다 몇 배는 돈이 될 겁니다." "에이, 됐어요. 그런 건 안 하렵니다." "왜요, 이거 공짜로 그냥 드리는 건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니,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그리고 그런 쪽에 몸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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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구 뒤에서 자녀들은 캐치볼을 한다. 가족과 떨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실천되고 있다. 소중한 일상이 행복의 출발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평범한 일상은 감사의 기본. 시시하고 특별하지 않아서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한가롭고 느긋하게 인생을 관조할 때만 알 수 있다. 행복은 그렇게 늘 우리 가까이에 맴돌고 있다.


전요환은 강인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해 끝없이 추락했다. 그 끝은 설교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니 죽을 때도 아무것도 못 가져간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먹을 것이 있고 입을 것이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습니다. 주께선 돈을 사랑함은 모든 죄악의 뿌리이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결국 스스로의 근심에 찔려 지옥을 맛본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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