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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①"한집 건너 한집이 빈집"…지난달 '출생아 0명' 대구 내당동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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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줄고, 도시 낙후되며 인구 급감…학생수 줄면서 인근 서진중은 폐교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집이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집이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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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대구=권해영 기자] "이 집도 빈집, 옆집도 빈집, 이 뒷집도 빈집. 사람이 살다 많이 죽고, 이사도 가고. 여기는 전부 빈집이라."


최근 찾은 대구 서구 내당 2·3동. 대로에서 느린 걸음으로 5분만 들어가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수십년 된 구옥들이 쭉 늘어서 있다. 찬찬히 둘러 보니 곳곳이 빈집이었다. 바깥에서 굳게 걸어잠근 대문, 누렇게 변색된 가스·수도요금 체납 고지서가 꽂힌 우편함, 경찰서장 명의의 빈집 무단출입 금지 경고문, 무너져 내린 집과 담벼락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 등 오랫동안 사람이 산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집들이 눈에 띄었다.

이 동네에서 37년째 살고 있는 김복자(81)씨는 "이 동네가 대구에서 빈집이 가장 많다"며 "아파트를 지으려다 못 지었는데 집이 낡다 보니 아들딸 집이나 인근 개발 지역으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주민 박삼조(68)씨는 "저 집은 8년 전 여기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비어 있다"며 "복덕방 아저씨가 집을 사서 3500만원에 내놨는데 팔리질 않으니 계속 빈집으로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 옥상에 올라가 살펴 본 빈집 한 곳은 마당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다. 버려진 신발 한짝, 담뱃갑, 컵라면 봉지, 종이컵, 캔, 깨진 화분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외벽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박씨는 "밤에 노숙자가 빈집에 들어가 자는 일이 많다 보니 집주인이 130만원을 들여 대문을 새로 단 빈집도 있다"며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 서구 내당동의 방치된 빈집 대문에 무단출입을 금지하는 대구서부경찰서장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대구 서구 내당동의 방치된 빈집 대문에 무단출입을 금지하는 대구서부경찰서장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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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빈집 마당에 신발 한짝, 담뱃갑, 컵라면 봉지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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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은 세계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빈집은 151만1306호로 10년 전인 2010년(79만3848호)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농어촌·도서 지역 뿐 아니라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 우리나라 주요 수출산업인 경공업 메카였던 대구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도시가 낙후되면서 빈집은 늘고, 신생아 울음소리는 뚝 끊긴 늙은 도시가 됐다.

기자가 찾은 내당 2·3동은 실제로 지난달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인근 평리동에 있는 서진중학교는 개교 36년 만인 2018년 말 폐교했다. 서진중은 올해 대구학생예술창작터로 새단장했지만, 같은 날 오후 방문한 이 곳 교실은 전부 학생 1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내당 2·3동 주민은 현재 9479명(지난달 기준). 10년 전보다 3198명 줄었다. 평균연령은 52세로 같은 기간 8.9세 늘었다. 이 추세라면 내당 2·3동은 30년 후 대구의 한 역사로 사라질 수 있다.




대구=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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