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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빼간다"…中으로 줄줄이 새는 韓 인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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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업체들, 韓 채용사이트에서 경력자 구인공고
인력유출→기술유출 이어져
정부 차원 대책 필요

"대놓고 빼간다"…中으로 줄줄이 새는 韓 인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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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첨단기술 기업들에게 전문인력 확보는 생산설비를 갖추는 것만큼 시급한 '생존' 문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산업 분야라면 여지없이 중국의 인력 유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안보 시대 속 첨단기술 보호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기업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中 추격에 韓 디스플레이 '비상등'=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채용사이트에는 중국에서 근무가 가능한 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공정 분야 과·부장급 경력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채용 조건은 소형 디스플레이 종합 공정 5년 이상 경력자 또는 반도체 CF 공정 8년 이상 경력자 등이다. 공고를 올린 헤드헌터 회사는 의뢰회원사를 중국의 패널회사라고만 언급했으나, 업계에선 이 회사를 소형 OLED 패널을 양산해서 애플에 공급한 이력이 있는 중국의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로 추측하고 있다.

중국의 OLED 핵심 인력과 기술 빼가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초기엔 알음알음 헤드헌팅 업체 등을 이용해 개인과 접촉하던 중국은 이제 공개된 채용 사이트에서 대놓고 인력을 모집 중이다. 리서치 업체를 이용한 정보 수집, 산학협력 식의 자료 요청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 링크드인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접근도 늘어나 적발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BOE, CSOT 등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에는 한국 기술진이 상당히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원의 2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업계의 전언도 나온다.


국내 업체는 핵심기술을 다루는 직원 계약서에 퇴직 후 몇 년간 동종업계에 취직할 수 없는 조항을 넣어 인력 유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이 자회사 고용 등 편법을 쓰기 때문에 이직을 원천봉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력 유출은 기술 유출로 이어진다.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해외로 한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기술이 빠져나가려다 적발된 사례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국가 안보와 경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도 5건이 포함됐다.

시장 점유율로도 중국의 파상공세는 확인된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중국에 밀리는 현상이 현실화된 것.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와 OLED를 포함해 매출 648억달러를 기록했다. 41.5% 시장 점유율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8.3%포인트 낮은 33.2%를 기록했다. 한국이 1위 타이틀을 넘겨준 것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과 같은 장비나 재료를 사용해 따라 해도 수년간 축적된 노하우는 따라가기 어렵다"며 "중국이 짧은 기간 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인력을 영입하려고 연봉을 2~3배 높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끼고 훔치고…미래 제조업 기반 '흔들'=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유출 시도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업계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며 한국 인재를 대상으로 기존 연봉의 3~4배에 이르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부장급 이상 직원엔 한화 기준 세후 3억원가량의 연봉을 제안했다. 반도체 업계는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 등에 팔아 수백억 원을 받아 챙긴 세메스 전 연구원과 협력업체 대표가 최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넘긴 일당이 잇따라 적발돼 구속된 바 있다.


자원도 시장규모도 기댈 곳 없는 한계 속 한국은 경쟁력을 갖춘 인재까지 대거 유출되는 사태까지 우려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유입되는 이공계 인력은 매년 4000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 반면, 유출되는 인력은 연간 4만명 수준에 이른다. 심각한 인재 유출 추이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IMD의 '두뇌유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4점을 기록, 주요 64개국 중 43위를 차지했다. 두뇌유출 지수는 10점에 가까울수록 국내 취업한 인재가 많고 0점에 가까울수록 해외로 빠져나간 인재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6.4점·6위), 독일(6.6점·9위), 일본(5.2점·27위)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인재 유출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안보가 강조될수록 첨단기술에 대한 다양한 기법의 탈취가 성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지속가능한 기술 안보를 위해 인적 역량 강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사전 예방조치, 유출 시 효과적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까지 세 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실효성 있는 기술 유출 방지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보안체계를 아무리 잘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허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의 의식"이라며 "보안의식은 공정한 보상체계와 보안교육, 일벌백계를 통해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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