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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역린' 건드리고 자진 사퇴한 박순애(종합)

최종수정 2022.08.08 18:20 기사입력 2022.08.08 18:20

박순애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 제 불찰"
취임 34일만, 학제개편안 발표 10일 만
설익은 정책·오락가락 대처…총체적 난국

8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만5세 학제 개편안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부총리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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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안을 섣불리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아 취임 34일 만인 8일 자진사퇴했다. 만 5세 취학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10일 만이다.


이날 박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직을 사퇴한다. 제가 받은 교육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라고 말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정책이 갑자기 등장했고 이전 정부에서도 사회·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여러차례 실패했던 정책을 꺼내들면서 사전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의 '역린'을 건드리고 말았다.


업무보고에서 학제개편안이 주요과제로 언급된 것은 박 부총리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와 차관 모두 교육계 출신이 아니었던데다 인수위 때부터 초·중·고 교육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국정과제와 업무보고가 따로 노는 '정책 엇박자'를 만들어 냈고 결국 부총리 사퇴로 이어졌다.

8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만5세 학제 개편안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부총리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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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실에서 여론 수렴을 촉구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 3일 다급히 학부모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를 다스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논의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실언을 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 이후 대처방식도 학부모들의 혼란을 자초했다.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2025년 시행', '25%씩 조기입학' 등 구체적인 시점과 방법론까지 언급해 강행하려는 인상을 줬다. 정책 시행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3일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학부모들이 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자 "국민들이 정말 이 정책이 아니라고 하면 폐기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다음날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해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어고 폐지 정책도 업무보고에 느닷없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국정과제에서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외고’만 폐지한다는 방침은 업무보고 때 처음 공개됐다. 외고 학부모와 교장단이 박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했지만 사퇴 요구에 불만 붙이는 격이 됐다.


박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취임 이후에도 자질 논란에 휩싸여 위태로운 34일을 보냈다. 임기는 역대 교육부 장관 중 5번째로 짧다. 2001년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251%)으로 경찰에 적발된 이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가 선고유예를 받았다. 교장 임용제청 기준에서도 음주운전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교육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밖에 논문 중복게재와 표절 논란, 자녀 불법 입시컨설팅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회피하는 답변만 내놓았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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