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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낙인'에 억울한 재수감까지… 50년만의 재심서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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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혁명당 재건 사건'·'GPS 간첩 사건' 피해자
'GPS 간첩 사건' 무죄 확정 뒤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 재심 청구
재심서 '무기징역→3년' 감형… "완전 무죄 다투겠다" 대법원 상고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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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가 법을 능가하는 시대에서, 제 인생은 완전히 파멸됐습니다. (중략) 판사님들께서 사건을 면밀히 검토해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십시오."(피고인)

1970년대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80대 노인이 50년 만의 재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았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심담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84·남)의 재심에서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씨는 1967년부터 6여년간 반국가단체 측과 연락하며 편의를 제공하거나, 김일성 찬양·고무 활동을 하는 등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총 12개 혐의로 34세의 나이에 구속기소됐다. 그는 1972년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50대가 돼서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재심 과정에서 이씨 측은 "고문 수사 등에 못이겨 수사기관이 원하는 대로 장문의 자필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검거 당시) 새벽에 집으로 찾아온 남성 둘이 갑자기 큰절을 하자 맞절을 했고, 고개를 들었을 땐 머리에 권총이 겨눠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사기관에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하의는 피범벅이 돼 정신을 잃었다. 수건을 덮은 얼굴에 물을 붓는 등 고문을 당했고, 밤엔 진술서 작성을 강요받는 과정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를 납치한 사람의 신원을 알 수 없었으며, 고문수사를 진행한 경찰들이 당시 법정에 직접 들어와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 없었다고도 항변했다.

변호인은 재심 법정에서 "피고인 인생은 방향성을 모두 상실했다. 국가가 한 개인에 대해 저지른 잘못은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인생 여정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피고인이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기억으로부터 회복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재심 재판부는 "증거 능력이 없다"며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씨가 수사기관에서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로 조사받은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김일성 회갑선물과 메시지 및 여론조사서 등을 반국가단체 측에 전달하고, 지령과 공작금 15만원을 받은 혐의 등은 유죄가 그대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관련자 진술 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씨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범행을 보면, 당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태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할 행위를 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익을 극도로 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대법원에서 '완전 무죄'를 인정받겠다며 재심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했다.


한편 이씨가 50년 만에 재심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는 '간첩 낙인'이 자신의 인생에 족쇄가 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씨는 출소 뒤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GPS 간첩 사건'으로 2012년 또 감옥에 갇혀야 했다.


검찰은 2011년 이씨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GPS 전파교란 장비와 전파감지기 등 군사기밀 자료를 전달하려 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사업 중 사이가 틀어진 동업자 김모씨가 '거짓 진술'로 이씨를 모함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지령을 전달했다는 북한 공작원은 실체가 없었고, 확보했다는 자료 역시 인터넷에 공개된 장비 재원이었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18년간 복역한 이력이 없었다면 (수사기관이 김씨의 말만 듣고 유죄를) 단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1972년) 본 사건의 억울함이 한으로 깊게 새겨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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