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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인력 10년간 15만명 키운다지만…中企 재직자 전형 20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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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반도체 석박사 증원 기준 완화
매일 출석해 연구·논문 활동해야 하는 ‘풀타임’ 전형 늘게 됐지만
정작 일·학업 병행 반도체 ‘중소기업 계약학과’ 여전히 부족
반도체 석박사 정원…전국 1개(명지대·정원 20명)가 전부
“소부장 인력난 해소 위해 관련 예산 늘리고, 산학협력 질 높여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반도체실험실을 찾아 반도체 인재 양성 연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반도체실험실을 찾아 반도체 인재 양성 연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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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코스닥 상장업체로 반도체 배관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분야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돕는 등 회사는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지만 정작 지원하려해도 마땅히 보낼 학교가 없는 실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2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면 학비를 지원하고 수업이 있을 때는 외부활동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사내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정작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반도체 석박사 전형이 부족해 현재까지 한 명도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대학이 교원 확보율만 100% 충족하면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석박사 정원을 증원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의 후속 조치다. 하지만 정작 관련 분야 중소·중견기업들은 ‘구멍이 많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현실을 제대로 몰라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통해 늘어나게 되는 석박사 인력은 매일 대학의 연구실로 출석해 연구 및 논문 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풀타임(Full-time) 인력이지만, 정작 인력 하나가 급한 중소·중견기업은 사람을 보낼 여력이 안 돼서다. 중소기업은 핵심 인력이 학위를 마칠 때까지 공장과 연구소를 세워두고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학업을 위해 회사를 휴직하도록 하면서까지 인력을 육성할 수는 없는 게 기업들의 현실이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일하면서 공부를 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2010년부터 재직자 학위과정인 ‘중소기업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 협업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직자 학위과정을 설치하고 중소기업 우수인재를 양성, 근로자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문제는 ‘반도체 분야의 중소기업 계약학과’ 정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기부의 ‘중소기업 계약학과’를 살펴보면 중소·중견기업 재직근로자가 지원할 수 있는 석박사 모집 정원은 전국에 1곳(명지대 반도체장비공학과), 단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마저도 반도체 석박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견기업의 정원은 선발인원(20명)의 30% 이내(6명)로 제한돼 정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홍상진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R&D(연구개발) 수요가 많은 반도체 중견기업일수록 해당 전형에 대한 필요성이 큰데 정원이 6명밖에 안 돼 상당수 기업이 티오가 없어 지원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재 공주대에 ‘중소기업 계약학과’인 반도체 기계공학과(정원 20명)가 있지만, 해당 전형은 석박사가 아닌 학사(3학년 편입전형) 대상으로 반도체 ‘고급인력’ 육성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망에 따르면, 2031년까지 늘어나는 학력별 소요 인력의 연평균 증가율은 고급인력으로 분류되는 박사(6.8%)와 석사(5.7%)가 학사(5.3%)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이 제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높은 대기업은 석박사 인원을 신규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양질의 고급인력을 신규 채용하기보다는 재직 중인 인력을 교육해 R&D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회사) 기업 B사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양질의 석박사 고급 인력을 뽑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라며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특성상 우수 인재의 확보가 결정적인데 인재를 뽑을 수도 기를 수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내년에 반도체 분야의 계약학과를 2개 정도 늘릴 계획"이라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년에 몇십 명 더 늘리는 수준으로는 소부장 인력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10년간 15만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비해 ‘중소기업 계약학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현장의 수요에 기반한 재직자 재교육형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현재 지원 예산이 매우 부족하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산업계 현장 전문가를 교원으로 확충해 산학협력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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