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등급하향압력 높아
납사가격 상승에 수요둔화 우려까지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하반기 등급 하향압력이 높은 곳으로 석유화학 업종을 지목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하반기 석유화학사들의 영업환경은 더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하반기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으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으로 석유화학사들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석유화학산업의 수요는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수요 전망은 부진한데 원가 상승분이 판가에 원활하게 전가되지도 못하고 있어 올해 석유화학업체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60% 넘게 급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2분기만 보아도 LG화학 (AA+), 롯데케미칼 (AA+), 금호석유 화학(A+) 등 국내 석유화학사 3곳의 영업이익 총합은 1조210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3조4887억원) 대비 약 2조원(65%) 넘게 감소했다. 1년 전만 해도 배럴 당 50~60달러 수준을 오갔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돌면서 납사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로부터 납사를 공급받아 방향족, 에틸렌 등 기초유분과 이를 활용한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사에게 고유가는 큰 부담이다.
유가가 상반기 대비 완화됐지만, 하반기엔 증설이슈와 수요둔화가 복병이다. 코로나19 봉쇄정책에서 풀린 중국이 공격적으로 석유화학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부담 이슈가 다시금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증설로 방향족 제품에 부담을 줬던 중국은 올해 1000만톤 내외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증설로 시장에 풀리는 공급물량은 수요보다 많은 것으로 경기둔화 속도가 가팔라진다면 실적 감익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평사들은 기초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 중심으로 등급 하락 노출도가 크다고 진단했다. 2분기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 의 경우 기초유분 제품(폴리머)의 비중이 높아 하반기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NCC 증설 투자를 앞두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도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LG화학 은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이 하방을 지지해주고 있어 다른 석유화학사 대비 위험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신사업인 2차 전지부문의 이익창출력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장은 “기초유분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곳은 단기 내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자금 일부도 외부 차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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