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韓中외교장관회담서 '칩4' 예비회의 참여 의도 전할 듯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는 9일 예정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 참여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외교당국은 하루 앞서 미국 주도의 칩4 예비회의 참여를 공식화했는데, 중국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외교장관이 만나는 만큼, 윤석열 정부 대중외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과 관련해 "중국이 오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며 "중국과도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소통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공항을 출발해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로 향한다. 오는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뒤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한중관계의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4자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칩4) 참여 여부를 검토해 왔으며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박 장관은 ‘4자간 반도체 공급망 대화가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의사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칩4’가 배타적 성격을 지닌 동맹이라는 표현보다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예비회의 논의 과정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박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중국이 공급망의 ‘파편화’를 방지해야 한다며 이 협의체가 자국 견제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이 대만이 국제무대에서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만큼 예비회의에 대만의 참여가 현실화할 경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3불 문제가 다뤄질 지도 관심사다. 사드 3불 입장을 놓고 최근 양국 간 충돌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둘러싼 갈등 등 미국과 중국 간 충돌과 이로 인한 역내 긴장 역시 한중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상호 존중에 기초한 대중국 관계 재설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향후 양국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중은 지난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첫 대면회담 후 한 달여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며“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그 의미를 돌아보며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