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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2가 깨운 여자 축구 '인기'…기업들이 몰려든다[女스포츠 전성시대?]

최종수정 2022.08.08 08:00 기사입력 2022.08.08 08:00

잉글랜드 여자 축구 대표팀 클로이 켈러 선수(가운데)가 지난달 31일 결승골을 넣고 달려가는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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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2’ 잉글랜드 대 독일 결승전. 잉글랜드 여자 축구팀의 클로이 켈리 선수가 연장 후반 5분 결승골을 넣었다. 관중들의 환호 속 경기장을 내달리며 기쁨을 표현하던 그는 상의를 벗어 크게 흔들었고, 그가 입고 있던 스포츠 브라 가운데 나이키 로고가 카메라 화면에 잡혔다. 잉글랜드가 이 대회 첫 우승을 결정 짓는 순간에 나이키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한 외신은 이 장면을 두고 "여자 축구를 초기부터 후원해왔던 나이키가 성공을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는 영국 BBC원 생중계를 통해 1740만명이 시청했다. 영국에서 열린 여자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TV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9만석 규모의 웸블리 스타디움은 유로 경기 역사상 가장 많은 8만7000명 이상으로 가득 찼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우승 직후 선수단을 향해 "그대들이 오늘날 모든 소녀와 여성, 미래 세대에 영감을 줄 본보기가 됐다"라고 극찬했다.

그동안 남자 스포츠와 비교해 주목받지 못했던 여자 스포츠를 찾는 대중이 늘고 팬층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본 기업과 투자자들의 자금도 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 女 사이클 30년 만에 부활…女 럭비 월드컵도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유로 2022 결승전이 열린 다음날인 지난 1일 영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 자신을 축구팬이라고 표현한 응답자의 64%가 유로 2022를 계기로 여자 축구를 보는 데 관심이 더욱 생겼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입소스는 그동안 여자 축구가 남자 축구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여자 유로 2022를 거치면서 이러한 인식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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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축구만의 이슈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여성단체 우먼스포츠트러스트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국의 여자 스포츠 TV 시청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미국 여자농구(WNBA)의 시청률도 지난해 전년 대비 50% 증가했으며, 지난 3~4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여자 크리켓 월드컵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의 여성판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 팜므가 30년 만에 부활, 경기가 치러졌다.

금단의 벽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금녀의 골프장’으로 불리던 스코틀랜드 뮤어필드에서 처음으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여자오픈(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렸다. 오는 10월에는 뉴질랜드에서 사상 첫 여자 럭비 월드컵이 열린다. 이 럭비 월드컵 대회명에는 별도로 ‘여자’라는 표현을 넣어 성별을 구별 짓지 않았다.

◆ 나이키 여성 스포츠 매출 2년 새 두 배

여성 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투자자와 기업들의 후원도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여성 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성평등’ 등 사회적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순수하게 여성 스포츠 자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광고주들은 값비싼 남자 경기보다 여자 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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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남자 스포츠는 후원 단가가 너무 높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여자 스포츠 분야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의 경우 여자 스포츠 관련한 제품 매출이 2022회계연도(2021년 6월 1일~2022년 5월 31일)에 83억 달러로 남자 스포츠 관련 제품 규모(188억 달러)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지만 최근 2년 새 두 배 성장했다.


여자 스포츠의 선두주자인 유럽 여자 축구는 2018년부터 독립 스폰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여자 유로 2022 결승전에서 주목받은 나이키는 바로 1년 뒤인 2019년부터 유럽 여자 축구 모든 토너먼트 경기에 경기용 공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잉글랜드 여자 축구의 경우 바클레이스와 비자, 나이키, 하이네켄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조 텅 축구 에이전트는 최근 일간 가디언에 이전에는 결승전 전후로 후원 관련 연락이 왔고 이후 중단이 됐는데 유로 2022를 계기로 관심이 더 늘면서 "이제는 브랜드들이 장기적인 계약을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여자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최근 마케팅 담당인 레이철 엡스타인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여성 시청자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겼다.


다만 아직 남자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UEFA는 이번 여자 유로 2022를 통해 얻은 후원 자금이 6000만 달러(약 778억7000만 원)로 예상했다. 19억 달러(2조4646억 원)에 달했던 남자 대회에 비하면 여전히 큰 차이다. 하지만 다음 대회부터 여자 경기에 대한 후원 금액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스코틀랜드 뮤어필드에서 열린 여자 브리티시오픈에 참가한 박인비 선수의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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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기 특유 문화 보존해야" 지적도

일각에서 여자 스포츠 리그가 20세기에 만들어진 남자 리그의 행태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여자축구 담당인 수 캠벨 남작 부인은 BBC에 현 상황을 두고 여자 축구와 남자 축구의 보상이나 스폰서 불평등을 빨리 고칠 순 없겠지만 협회, 클럽, 언론, 스폰서, 정부 등을 잡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너무 상업적으로 가기 전에 여자 경기가 가진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평등이 곧 똑같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자 경기가 가진 아름다운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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