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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디폴트옵션으로 '일감 몰아주기?'

최종수정 2022.07.07 12:40 기사입력 2022.07.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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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가장 좋은 상품들만 골라, 디폴트 옵션을 구성하겠습니다."


오는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한 퇴직연금 사업자(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밝혔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 자신이 투자를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B)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시 투자 성향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가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로, 은행 이자 수준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인 296조원에 달하는 노후자금을 불릴 방안으로 기대감이 큰 제도다.

이 말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적어도 이 증권사에서 디폴트옵션을 가입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다양한 운용사들이 만든 수많은 상품 중 엄선된 상품을 통해 연금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언뜻 보면 당연한 얘기로 들린다. 통념상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좋은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어서다. 그런데 어째 판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사 계열 자산운용사의 상품 만으로 디폴트 옵션 상품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산운용사를 끼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에게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관부서인 고용노동부는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각 금융기관과 상품에 대한 첫 사전협의(최대 7개 신청 가능)를 진행하는데,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계열 운용사의 상품들로만 상품을 채우려 하고 있다. 당초 은행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가 불가피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근 방향을 선회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규정이 미비한 영향이 크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과 관련 규정 시행령, 시행세칙 등에는 증권사가 디폴트옵션에 자사 운용사의 상품만을 담는 것을 막을만한 규정이 없다. 최근 고용부와 금융기관 간 테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급하게 제도 시행만 추진하면서 생긴 ’구멍‘이라고 본다. 증권사들이 꼼수를 쓸 여지를 만들어 주게 됐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디폴트 옵션이 운용사의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마지막 남은 먹거리로 보고 있어서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로, 일부 운용사가 과점 하던 시장 구조의 틀에 균열이 생겼는데, 디폴트 옵션 도입을 통한 연금자산의 확대는 이 균열을 더욱 키우거나, 막아낼 마지막 기회가 된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디폴트 옵션 시대의 본격적인 개화는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고용부의 디폴트 옵션 첫 번째 상품 승인은 10월말이나 돼야 끝난다. 상품이 승인되고 전산 시스템까지 완비되려면 연말 시행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런데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려면 각 투자자(기업, 개인 등)의 규약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기업과 노동조합 간)가 진행돼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연말이 연금 자산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자금 유치에 바쁜 시기라는 점에서 내년 말이나 돼야 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개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밝힌 증권사 CEO는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이자에 그친 퇴직연금으로는 노후자산 형성이 어려워 마련한 것이 디폴트옵션"이라 정의하며 "최상의 자산배분과 수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이 일감 몰아주기의 상징이 되기 전에, 손을 써야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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