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등 치르면서 내년 총선 불안감 커지면서 지역보좌관 증원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
입법 지원이라는 본래의 보좌진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의원실의 보좌진 인력이 바뀌고 있다. 정책 등을 챙기는 보좌진은 책상을 빼는 대신 지역구 현안 등을 챙기는 지역 보좌진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국회의원을 선출한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지만, 입법 지원 목적이라는 보좌진 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 공고 등을 살펴보면 하루에도 여러 명씩 채용 공고가 올라온다. 이 가운데는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에서 근무할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보좌진이 늘어나고 정책보좌진이 줄어드는 현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원사무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한 초선의원은 지방선거 직후 물갈이 수준으로 의원실 보좌진을 바꿨다. 정책통으로 알려진 한 수도권 재선 의원 역시 정책 관련 등 인력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줄어든 인력을 지역 인력으로 돌렸다. 인턴 등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일을 새로 가르쳐야 하는 등 부담 때문에 기존 인력만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력을 지역사무소에 배치했다. 김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선거할 때만 되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하는데 잘 안 돼서 진짜 지역에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좌진들까지 지역으로 옮기게 했다"면서 "지역에 머물다 보니 쉽게 지역민들이 찾아올 수 있게 되는 등 장점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보통 지역에 한두 명 보내는데) 지역구(안산시단원구을)에 5명이 가 있다"며 "저 역시 3일, 2일 번갈아 가며 서울과 지역을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입법 등 의정 공백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재택을 통해서도 근무할 수 있는데 지역에서 업무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보좌진과 관련해 일종의 주기론에 대한 속설이 있다. 전반기 국회에는 입법 등 의정활동에 집중하던 의원들도 후반기 국회가 되면 지역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다음 총선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좌진들 역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던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는 등 지역별로도 우세, 열세 지역이 뒤바뀌는 것도 의원들의 불안감을 더하게 만든 요인이다. 다만 이 와중에서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와 달리 기초단체장에서는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되는 등 줄투표 경향이 옅어지고 교차투표가 강화된 점도, 의원들의 지역구 올인하는 이유다. 당 지지도가 낮더라도 본인 하기에 따라 재선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 지역보좌진을 늘리는 경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가 불리하다고 생각을 하면 지역보좌관을 보강하게 된다"면서 "이번에는 지방선거 결과가 총선 결과와 크게 달라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져서 지역보좌관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한 초선의원은 코로나19 영향을 꼽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지역 모임 자체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행사 등에 찾아다닐 일이 없었는데, 방역수칙 등이 개정되면서 최근 지역 일정 등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못 챙겼던 것까지 더해 지역을 더 챙기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보좌관 확대 움직임에 쓴소리도 나온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보좌진 제도를 두는 것은 입법에 대한 보좌 역할"이라며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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