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출 중 감면 대상은 0.2% 그쳐
"단순 인하 압박 넘어 은행간 경쟁 강화할 필요"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당국 압박에 은행권이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인하 대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은행 간 경쟁을 보다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1일부터 '하나(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고객들의 금리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대출 만기가 됐을 떄 연 7%를 넘는 금리를 최고 1%포인트(p)까지 삭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혜택을 받을 고객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는 3.12%다. 이중 연 7% 이상 비중은 0.20%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당장 이달 만기 예정인 고객들 중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00명당 2명꼴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기 도래시 금리가 연 7% 이상인 이들에게 최대 1%p를 감면해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향후 대출 금리가 오를 수도 있는만틈 당장 지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을 추려내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5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해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현 시점에서 최대치인1%p를 일괄 감면한다고 해도 그 규모는 10억원대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5704억원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3일 취약계층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감면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금리가 연 5%를 넘는 고객의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금리가 5.5%거나 6%인 고객들도 모두 5%로 일괄 인하해주는 식이다. 다만 이후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5%로 감면된 금리도 추가 상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역시 혜택을 받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주담대(분할상환식 기준) 평균 금리는 4.04%다. 주담대 금리 5% 이상인 비중은 0.30%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0.20%)에 이어 5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적다. NH농협은행은 0.40%,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60%, 4.80%다. 신한은행 측은 금리 감면 혜택 대상 고객은 3324명이며 이들의 대출 잔액은 33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순이익 2조494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대출 고객 중 이자 부담 완화가 시급한 취약계층을 선별하고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라며 "앞으로도 금리 상승에 취약한 대출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 측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감면한 것 자체는 의미있지만 비중은 적어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은행들의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낮췄다는 것은 예대금리 마진을 확대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감독당국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의 경쟁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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