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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적들⑦] 근로시간·임금체계 유연화…기업 '모래주머니'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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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래 주머니'를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직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해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주52시간제를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맞게 탄력적으로 바꾸고,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연공성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우선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관련기사> '개혁의 적들'


◆주52시간 유지하되 탄력성 제고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 과제 중에서도 근로시간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꺼내들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연장근로는 주당 12시간까지 허용한다. 정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부터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관리했고 이는 2018년 주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유지됐다. 때문에 그동안 기업은 업종과 무관하게 주 52시간에 일률적으로 얽매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70여년 만에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바꿔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다.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이 몰릴 때 한 주에 최대 92시간 이상 근무도 가능해져 기업의 숨통이 트인다. 다만 정부는 노동계가 우려하는 '과로사회'가 다시 재현하지 않도록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등 건강보호조치를 병행한다.


또 업무량이 많을 때는 초과 근무를 하고, 초과한 근로시간은 저축해 나중에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를 도입하고, 유연근로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도 추진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단위기간 중 1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로, 현재는 단위기간이 1~3개월이지만 이를 확대해 탄력성을 높인다.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노력도 이어간다. 고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300시간 이상 많다. 정부는 휴일·휴가 사용을 활성화하고 재택·원격근무도 확대해 근로자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3일 노동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과 임금이 유연화되면 경력단절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예컨대 30~40대 여성근로자의 경우 육아로 5~10년간 경력이 단절됐다가 다시 일을 하려고 할 때 원직 복귀가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근무제도가 유연화되면 우선 적은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으로 직장에 복귀했다가 나중에 업무성과가 회복되면 근로시간과 임금을 늘리는 게 가능해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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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규직만 유리한 '호봉제' 없앤다

새정부가 밝힌 노동개혁 과제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는 현재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에 연공급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호봉제는 근로자 중에서도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이제 막 입사한 청년들이나 비정규직에게는 오히려 '불공정'으로 인식된다. 이전 정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인식해왔지만 민주노총 등 거대 노조 반대에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 청년들에게는 장기근속자들의 호봉을 올려주는 제도가 별로 공정하다고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며 구조 전환이 굉장히 빨라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근로자 집단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에 정년 연장 문제도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거나 없애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호봉제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기 때문에 직무급 개편이 필수다. 임금체계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정년이 지난 고령층을 촉탁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노동계에 민감한 이슈여서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용부는 “고령자 계속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재고용 등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 개편에 필요한 인프라 제공부터 나설 계획이다. 먼저 직무 중심 보상체계 설계의 기본 인프라인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제공시스템’을 내후년까지 구축한다. 450개 직종에 대한 정확한 임금정보와 업무량 등을 제공해 정보 부족으로 직무급 임금체계를 하고 싶어도 못했던 기업을 지원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는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가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해 오는 10월까지 마련한다. 정부는 연구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추가로 심사해 이르면 하반기 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개혁 강도는 하락

다만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만 중점을 둔 노동개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전 보수정부에 비해 개혁 강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저성과자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양대지침’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노동유연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해고 규제에 대해선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추가 개혁 과제는 당장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 당시 급진적인 개혁으로 노동계와 극한 갈등 끝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비교적 추진이 쉬운 것부터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해외 선진국은 노동유연성을 근간으로 한 개혁을 성공시킨 사례도 있는 만큼 취임 초기 소극적 접근이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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