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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포지티브·소극행정 '규제의 덫'…美보다 센 완화책 필요[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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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당시 의원발 규제 3950건
朴정부때보다 200.8% 늘어
선진국 보다 과감한 규제 혁신제도 도입
원인 스리아웃·선승인 후검증 대표적
대기업 시장 진출 제한 대못 뽑아야

기득권·포지티브·소극행정 '규제의 덫'…美보다 센 완화책 필요[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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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A씨는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미용실 원장이다. 이곳은 여러 명의 미용사가 독립된 사업자로 근무하며 화장대, 미용 장비 등을 공유한다. 보증금과 운영비 등 미용실 창업에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해 더욱 빨리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단골이 부쩍 늘며 미용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요즘 들어 A씨는 폐업의 공포를 종종 느낀다. 현행법상 공유미용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만들어진 공중위생관리법(시행규칙 2조)에는 비위생적인 관리 및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사업장의 공동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일시적으로 허가해 준 상태다. 허가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관련 사업은 할 수 없게 된다.


회사원 B씨는 최근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기 위해 올려놓은 온라인 중고 마켓에서 제품 판매가 불법이라는 연락을 받고 게시글을 삭제했다. 현행법에 따라 도수가 있는 안경과 선글라스, 콘택트렌즈 등의 거래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렌즈는 도수가 없는 서클렌즈 등도 의료기기로 분류돼 온라인 중고 거래 자체가 불가하다. 렌즈 판매 역시 국내에선 의료기사법 제12조(안경업소의 개설등록 등)에 따라 안경사가 아니면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은 온라인 기반 안경 및 렌즈 판매가 활발해 유니콘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해외 구매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시장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터가 됐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그 시장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셈이다.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과감한 규제 개혁이 꼽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며 탈(脫)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지난 정부들이 그동안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해왔다는 점이다. 집권 초기마다 강조해온 규제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실패의 원인 규명과 개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개선 걸림돌 ‘기득권·포지티브·소극 행정’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규제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 1분기 부처별 규제영향분석서 비용편익분석 검증 법령(안건) 수는 총 76건으로 신설·강화 법령 73건, 폐지·완화 법령은 3건이다. 행정규제기본법(제2조1항5호)에 따르면 ‘규제영향분석’이란 규제로 인해 국민 일상 및 사회,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해 규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올 1분기에만 73건의 규제 신설 및 강화를 위해 그에 따른 비용과 편익 등을 살펴봤다는 얘기다. 신설·강화 법령은 지난해 2분기 54건, 3분기 108건, 4분기 67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문재인 정부 시기 의원발 규제 법안은 3950건으로 이전 정부 대비 약 200.8% 증가했다.


규제가 이처럼 늘어난 가장 큰 원인에는 이해관계자의 기득권이 크게 자리한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승합차를 기반으로 한 택시 서비스로 1년여 만에 100만명이 이용했지만 택시업계가 ‘무허가 운송 사업’을 주장하며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을 2020년 3월 통과시켰다. 허가 업무를 갖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도 기득권의 한 축이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를 없애면 공무원들도 권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허가나 인증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소극 행정을 펼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포지티브 방식도 규제를 늘린 한 원인으로 꼽힌다.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후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허가하지 않는 포지티브 방식은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에 비해 새로운 사업에 진입하는 것을 저해한다.

관건은 규제 시스템 재정비

전문가들은 규제개혁이 정치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선진국들보다 더 과감한 규제 혁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과 미국이 도입한 ‘원인 투아웃(One in, Two)’의 규제 감축제를 벤치마킹한 ‘원인 스리아웃(One in, Three out)’ 제도가 대표적이다.

선(先) 승인 후(後) 검증 시스템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EUA)을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백신은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피시험자가 가장 많고 검증 과정이 엄격한 3상 임상시험까지 통과한 뒤에야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임상을 거친 뒤에도 허가 기간에만 1년 정도가 더 소요되기도 한다. 반면 긴급사용승인은 정식 허가에 비해 절차가 간소화되고 그만큼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일부 입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실제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규제당국 및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는 계속된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주요 개선 사항이다. 2012년부터 시행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이 대표적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 영업제한 시간대 온라인 배송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1년 유예하는 동시에 2025년 5월까지는 판매량 제한을 둔 내용의 사업조정 권고 역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선 선풍기·드라이기 등의 프리미엄 소형 시장을 다이슨이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을 이유로 국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 심사나 의원입법 등의 운영 시스템의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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