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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 '헤어질 결심' 우아와 텐션, 황홀한 메타포의 향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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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 영화제 현장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어땠나

[여기는 칸] '헤어질 결심' 우아와 텐션, 황홀한 메타포의 향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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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


베일 벗은 '헤어질 결심'은 해준(박해일)의 대사처럼 품위를 잃지 않는 영화였다. 우아하고도 텐션 넘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군데 군데 스며든 메타포는 언뜻 보면 모호하지만 음미할수록 진해지는, 마치 입에서 살살 굴리면 달콤해지는 홍차처럼 매력적이다.

박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은 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23일(이하 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됐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2016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에 이어 4번째 경쟁부문에 진출이다.


형사 해준은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으로 그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의심한다. 서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지나치게 덤덤하다. 마지막 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하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다. 해준은 그런 서래가 의심스럽다. 남편을 죽인 범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서래의 집 앞에서 잠복하면서 망원경으로 관찰한다. 밥 대신 아이스크림만 먹고, TV드라마에서 눈을 못 떼는 서래를 보며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집에 돌아와서도 서래 생각이 난다. 식사도 거르면서 혼자 눈물을 훔치는 것 같다. 그런 서래를 의심하는 후배 형사의 모습에 화가 치민다. 어느 날부턴가 서래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심하고 또 연민한다.

해준에게는 아내가 있다. 이들은 서로의 먼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낸다. 서래는 해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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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인간. 순식간에 지배당하는 마음과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반짝거린다. 우주의 별처럼 솟구치는 감정의 파편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관객의 눈을 빼앗는다. 사랑의 들뜸과 흥분, 슬픔과 공허가 덕지덕지 묻어난다. 뭉근하게 배어드는 박찬욱표 순한 맛 영화다.


사랑은 밀물처럼 밀려든다. 사랑이 시작되면 의심도 따라온다.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마지막 장면까지 온전히 목격해야 영화가 완성되는 '헤어질 결심'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는 칸 영화제와 참 잘 어울린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바닷내음과 명품 매장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섞여 칸의 독특한 공기를 완성한다. 박 감독의 영화는 비릿하면서 향기롭고, 우아하면서 직설적인 칸의 향기가 난다.


칸(프랑스)=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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