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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 정우성 "조조 보고 슬퍼 낮술하던 우리가 칸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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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영화제 현장
정우성 현지 인터뷰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주연
'태양은 없다' 24년 인연
K-문화 이끄는 두 영화인

[여기는 칸] 정우성 "조조 보고 슬퍼 낮술하던 우리가 칸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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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첫날 짐을 풀고 (이정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그랬어요. '우와, 23년전 압구정 뒷골목을 배회하던 홍기와 도철이가 깐느(칸)에 있네?'"


'홍기와 도철이'라고 했다. 배우 정우성이 이정재와 자신을 친근하게 표현한 이 이름은 영화 '태양은 없다'(1998)에서 호흡을 맞춘 배역이다. 20대 풋풋했던 두 배우는 청춘의 꿈과 욕망·방황을 연기하면서 우정을 나눴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나 영화인에게 최고 무대라 꼽히는 칸 영화제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선보이다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압구정동 30억짜리 빌딩 주인이 되고 싶어 하던 홍기의 꿈까지 이룬 두 사람이다.

정우성은 21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75회 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14년 만에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정우성은 "그땐 그냥 이런 영화제가 있구나. 이 사람들 제대로 한다. 멋있다. 이곳이 깐느구나. 또 올 수 있으려나 했다"고 떠올렸다. 올해는 칸을 찾은 감회가 다르다고 했다.


"작품이 가진 특별함도 있지만, 월드스타 이정재가 자랑스럽죠. 사실 있을 법한, 당연한 자리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칸은 늘 영화인을 주인공으로 대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격지심을 뛰어넘은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편하게 한순간씩 받아들이면서 음미한 느낌이었죠."

정우성은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에 주저 없이 출연했다. 첫 연출작에 꼭 출연하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여기에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손을 잡으며 헌트호가 출항했다.


"오래 만나온 관계가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게 장애가 되진 않을까, 그걸 깨야한다고 잘해보자고 했죠. 현장에서 즐기면서 만들었어요. '우리가 드디어 이걸 해냈어' 하는 의미는 감추고 싶고요. 관객들과 만나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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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징어게임'으로 월드스타가 된 이정재의 첫 연출작은 칸 영화제한테도 매력적이었다. 신인 감독의 첫 작품임에도 기꺼이 초청했고, '헌트'는 지난 19일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뤼미에르 극장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갖고 공개됐다. 주저 없이 힘을 보탠 정우성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상영이 끝나자 정우성과 이정재는 포옹을 나누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보통 다 포옹하지 않나요?(웃음) 준비된 도전이지만 위험한 도전이잖아요. 그 도전의 결과가 칸에서 상영되고 관객들도 괜찮게 본 거 같아서 뿌듯했어요. 그동안 많이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안아주고 싶었어요."


정우성은 이정재를 두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엑스 한 극장에서 함께 조조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한없이 슬퍼서 오전 11시부터 엉엉 울면서 낮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런저런 작은 사적인 시간을 공유해온 사이예요. 그가 선택해온 작품들. 이를 통해 연기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자극받아요. 응원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정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나에게 가장 칭찬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죠."


'헌트'로 감독이 된 이정재와, '보호자'로 더 먼저 감독이 된 정우성은 시너지를 내는 동료로 K-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우성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이라는 거. 서로가 느끼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거 같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첫 연출작 '보호자' 촬영을 먼저 마친 정우성은 '헌트'를 만들어가는 이정재를 보며 "고소했다"며 웃었다.


"이정재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감독인 줄 알았는데 포기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장에서 계속 포기하고 숙소에 들어와 파김치가 돼서는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했죠. 왜냐하면 저는 '보호자'로 이미 경험했거든요.(웃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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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베테랑 배우이자 영화감독·제작자·프로듀서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그는 도전의 원동력으로 '감사함'을 꼽았다.


"아무것도 없는 애가 세상에 혼자 나와서 어떻게 운이 좋아서 영화배우가 됐는데, 촬영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궁금해서 관찰했죠. 예전에는 처우가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서 동력을 가지려 노력했고, 영화를 만들거나 영상 작업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확장된 거죠. 아주 자연스럽게요."


이제 정우성도 감독으로 인사를 건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배우가 감독을 하는 건 영화인으로서 자연스러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분도 계시죠. '오래됐다고 저것도 하는 거야?'하는 날이 선 시선까지 다 받아들이면서 작품으로 뚫고 나가야죠. 어떻게 보면 위험하고 용기가 필요한 도전인데요, 한 작품으로 끝나지 않겠죠. 도전은 계속되니까요."


칸(프랑스)=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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