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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100일 넘긴 중대재해처벌법과 규제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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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은 보행·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 ‘5대 안전규정’이 의무화돼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2016년 권고사항이었던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 자제가 올해 의무규정으로 바뀌면서 사업장 내 분위기도 바뀌었다. 유니폼을 입은 용역 직원이 고용돼 이를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을 맡게되면서 분위기는 불편해졌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게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아니다. 하지만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인지, 기업의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것인지 해석이 모호한 만큼 뭐라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굴레 안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장치들이 실질적 문제 발생을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을 가지는지는 차치하고 우선은 규제에 대응하는 뭔가의 ‘보여주기’ 효과라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이 넘었지만 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냉랭하다. 중대재해 사고는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터지고 있고 기업들은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회피 장치 마련에만 신경쓰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기업의 30.7%만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응답했을 뿐 68.7%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진출 외국계 기업들은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각오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경영책임자들을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비단 중대재해처벌법뿐만은 아니다. 전 정권에서 만들어진 대표적 기업 규제 중 하나인 주 52시간제도 기업들의 책임 모면을 위한 추가 조치들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사실상 효율성은 떨어지는 ‘보여주기‘ 효과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직무나 업종 특성에 따른 근로시간 유연화 없이 주 52시간제 틀에서 근무시간을 가두다 보니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는 것.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 52시간제에 때문에 기술개발이 더뎌지고 직원들은 기업이 처벌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 휴가계를 제출하고 회사에 나와 근무를 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주 52시간제 시행 실태 및 제도 개선 의견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 기업의 42.4%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필요한 법·제도 개선사항으로는 연장근로 한도를 월 단위로 유연화(54.9%)하거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기한과 대상을 확대(44.7%)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전 정권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근로자 보호 장치들이 효과 없이 기업 규제라는 원치 않는 결과들만 낳는다면 그 부작용은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곳곳에 기업 규제 지뢰밭이 펼쳐져 있다는 인식은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새 정부에도 좋을 게 없다. 기업이 책임 회피를 위해 효과 없는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그 과실이 근로자들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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