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팀, 시냅스 모방한 고신뢰성 소자 개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모방해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연산, 저장을 따로 해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불가피한 기존의 '폰-노이만'식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신경망 컴퓨터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신현 교수 연구팀이 다공성 구조를 갖는 차세대 저항 변화 소자(멤리스터)를 활용해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 시냅스를 모방한 고신뢰성 소자(시냅스 소자)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멤리스터(Memristor)란 메모리와 레지스터의 합성으로 이전의 상태를 모두 기억하는 메모리 소자를 말한다. 즉 전원공급이 끊어졌을 때도 직전에 통과한 전류의 방향과 양을 기억한다.
연구팀은 기존 양이온 저항 변화 방식과 음이온 저항 변화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매개체를 구성해, 비정질로 이루어진 다공성 구조 및 버퍼 층을 이용해 고신뢰성 시냅스 소자를 설계했다. 해당 구조는 저온 공정을 통해 형성함으로써 기존 실리콘 상보형 산화금속 반도체(CMOS)에 집적 및 적층 가능해 집적도 높은 대용량 로직·인공신경망 컴퓨팅 시스템 제작에 활발히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월호에 출판됐다.
멤리스터는 저전력으로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가중치 저장, 행렬 계산 능력(vector-matrix multiplication) 등으로 차세대 논 폰노이만 구조에 쓰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멤리스터로 실용적인 대용량 인공신경망 컴퓨팅 (Large-scale neural computing)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멤리스터 단위 소자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소자의 신뢰성 저하는 전통적으로 비정질 물질 내에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결함 및 이온의 배치에서 기인한다. 앞서 최신현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단결정 물질을 사용해 결함 및 이온의 무작위적인 움직임을 제어함으로써 소자 신뢰성 확보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단결정을 이용하는 문제 및 제작에 고온 공정이 필요하므로 기존 실리콘 CMOS에 집적 및 적층이 어려워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의 비정질 물질을 사용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공성 구조의 양이온 제어층 및 버퍼층으로 이용되는 음이온 제어층을 설계했고, 이를 통해 적층 및 집적 가능한 소자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기존 소자 대비 6배 이상 신뢰성을 개선할 수 있었으며, 이와 동시에 인공 시냅스 소자로서 필요한 다른 특성들도 확보할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안정적인 대용량 어레이 제작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차세대 신소자를 기반으로 한 뉴로모픽 컴퓨팅 등 빅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응용 분야에 적합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대만 기업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차세대 신소자 기반 기술 개발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른 물질계에서도 구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활발히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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