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로는 처음 600억달러선 상회
美 증시 하락세에도 보관 규모 유지하는 서학개미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국내투자자(서학개미)들의 월별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는 600억달러(약 70조8300억원)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는 침체된 가운데 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할 것을 시사하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1월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는 661억859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로 78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울러 월별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로는 처음 600억달러선을 상회했다. 지난해 11월(291억286만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평균 보관 규모가 증가했다.
평균 보관 규모는 11월 들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 10월 평균 보관 규모(582억7972만달러) 대비 한 달 만에 약 13.57% 증가한 것이다. 올 5월부터 매월 보관 규모가 꾸준히 늘어났지만 10%가 넘는 증가율을 보여주진 않았다. 올 2월 평균 보관 규모(480억5277만달러)는 전월 대비 13.85% 늘어난 바 있다.
코스피 부진할 때 美 증시는 사상 최고치…새로운 종목에도 관심 기울인 서학개미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더욱 담은 이유는 11월 들어 코스피는 지지부진했지만 미 증시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미 증시가 하락세임에도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믿고 미국 주식 보관 규모를 660억~670억달러선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1월8일(현지시간)엔 다우존스30평균지수(3만6565.73), 22일엔 S&P500(4743.83), 나스닥(1만6212.2)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코스피는 2900~3000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엔 2839.01로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들도 서학개미의 관심을 끌었다. 테슬라는 지난 10월25일 처음으로 1000달러선을 넘어서며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11월 한 달 간 해외 주식 가운데 가장 많은 순매수세를 기록한 종목은 테슬라(약 7억1555만달러)다. 아울러 지난달 10일 상장한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상장한 지 1주일 만에 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을 제치자 서학개미들은 이후 2억6026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향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성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파월 의장은 미 연방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기 때문에 오는 12월 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기를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 지 논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겨 종료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더욱 빨라진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줄어든다면 미 증시 타격은 불가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투자자들이 분산투자의 관점으로 미국 주식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서학개미들의 보관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이달부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