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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11살 소녀는 왜 창문을 뛰어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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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궈진 프라이팬·목 쇠사슬 등 학대 시달려 '탈출'
대법, 친모 '징역 4년'·양부 '징역 7년' 확정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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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지난해 5월29일. 경남 창녕의 한 빌라 베란다에 갇혀있던 11살 A양이 창밖을 바라봤다. 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다소 느슨했다. 마침 부모의 감시도 소홀했다. 그때 A양은 '탈출'을 결심했다. 베란다 난간을 넘어 외벽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갔다. A양은 그렇게 빌라 밖으로 도망쳤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도로를 뛰어가는 A양을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창녕 아동학대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발견 당시 A양은 팔다리가 앙상한 채 극심한 배고픔을 호소했다.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곳곳에 화상 자국도 보였다. 친모 B씨(30)와 양아버지 C씨(37)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흔적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일수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학대에 노출됐다. 당시 일감이 줄어든 C씨는 B씨와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이를 A양 탓으로 생각하며 화를 풀었다.

C씨는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궈 A양의 몸에 대거나 욕조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쉬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B씨도 글루건으로 녹인 실리콘, 달궈진 쇠 젓가락 등으로 A양에게 화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학대에 지친 A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탈출 이틀 전부터 목에 쇠사슬을 채워 베란다 난간에 고정해두고 방치했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6살, 5살 난 동생들도 또 다른 피해자였다. 부부는 당시 막 태어난 신생아와 A양을 포함해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동생들은 언니가 학대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부모를 따라 언니를 함께 때려야 했다. 방문조사 당시 동생들은 "(때릴 때) 언니가 투명해지면서 사라는 느낌이 들었다"거나 "마음이 아프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부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면서 B씨에게 징역 7년을, C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은 "심각한 신체적 외상과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B씨에게 징역 3년, C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형량은 2심에서 각 징역 4년, 7년으로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더 중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고, 피고인들은 더 어린 자녀들이 학대 행위를 그대로 목격하게 했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며 피해자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책했다.


지난 9월16일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하지 않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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