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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 동료 소방관 수혈→암·극단 선택 "위험직무순직"[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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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반 순직 아닌 위험직무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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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A씨는 소방관이었다. 1984년 11월23일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 근무 중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했다. 불이 난 건물 2층 창문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순간 감전으로 몸이 굳었다. 유리 파편이 허벅지를 관통했다. 출혈이 심해 수술 과정에서 동료 B씨의 혈액을 수혈했다. 그런데 B씨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란 사실이 밝혀졌다. B씨는 2000년 간암 진단을 받고 3년 뒤 사망했다.


A씨에게도 질병이 찾아왔다. 2011년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았다. 치료는 소용이 없었다. A씨는 2013년 소방서를 떠나며 동료들에게 이렇게 글을 남겼다.

"건강상태가 악화돼 어쩔 수 없이 퇴직신청을 하니 비참함을 느낍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괴로운 것이 소외감을 느끼는 외로움이며 사람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소방현장에서 공상을 입어 장애를 갖고 남모르게 눈물 흘리면서 살아가는 공상소방공무원의 비애를 조금이라도 알아주십시오."

이후 진통제로도 잡히지 않는 극심한 고통이 반복됐다. 통증과 발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고, 급기야 병원 밖 벤치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다. 심리상태도 악화됐다. 퇴직 20여일 만에, 그는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보고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했다. 반면 유족 측은 A씨가 화재 진압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다쳐 사망했기 때문에 일반 순직이 아닌 '위험직무순직'이라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은 위험직무순직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화재 진압은 생명·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발생하는 직무에 해당한다. 이 사건 부상은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분명하다"며 "부상과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A씨의 질병은 화재 진압 중 입은 부상을 치료하려다 수술 과정에서 얻은 것이고, 그 질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견디지 못해 사망한 것이란 취지다.


2심과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24일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청구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원심은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 등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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