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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얼마나 괴로웠으면"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들 '울분'

최종수정 2021.09.15 09:41 기사입력 2021.09.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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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추모 이어져
잇따르는 자영업자 극단적 선택
인근 자영업자들 "남 일 같지 않다", "IMF 때보다 힘들다"
비싼 임대료에 '폐업', '투잡'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와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와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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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나라에서 하라는 거 다 따랐잖아요 지금. 그래서 결과가 뭐죠?"


최근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4일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모두 남 일 같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심야 차량 시위를 비롯해 '자영업자 한마음 한걸음 걷기', '자영업자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거리로 나섰지만,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현행 4단계를 오는 10월3일까지 연장하면서도 최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늘리고, 집합인원 제한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한 6명까지 조정하는 등 일부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탄식이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에서 23년간 일식 주점을 운영했던 자영업자 A씨(57)가 가게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원룸 보증금을 빼 직원들의 월급을 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A 씨 등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들어주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날(14일) 찾은 A 씨가 운영하던 가게가 있던 마포구 거리는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크게 붐비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부 가게를 제외하곤 아예 손님이 없는 곳도 많았다.


근처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주변 상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마포구에서 3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해온 이모씨(40대, 50대) 부부는 "소식 듣고 많이 놀랐다"며 "A씨가 (장사한지) 오래돼서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 참 괜찮은 사장님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지금의 규제 대신 업종별 탄력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사실 코로나 책임을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다 똑같은 자영업자는 아니다. 저녁 장사하는 호프집이나 그런 곳들. 그런데 지원이나 규제에서는 일괄적으로 적용을 한다. 그러니까 저렇게 극단적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생기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주변 상권 등의 이유로 마포구 일대의 임대료가 높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은 "여기 임대료가 높아서 근처 상가가 다 나갔다"며 "지금 다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 때다. 얼른 위드 코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 이곳을 운영하는 이모씨 부부는 "원래 안 하던 점심 장사까지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 이곳을 운영하는 이모씨 부부는 "원래 안 하던 점심 장사까지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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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에서 4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해온 이헌모(65)씨는 A씨 소식을 두고 "너무 안타깝죠. 얼마나 괴로우면 죽으려고 하겠어요. 말로 형용할 수 없죠"라고 탄식했다.


그는 "우리는 시간이나 인원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일감 자체가 없다"며 "IMF 때보다 힘든 것 같다.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곳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이헌모씨 또한 월세를 두 달 치 이상 밀린 상태라고 전했다.


잠잠해져 가던 코로나 상황 속에 장사를 시작했다는 60대 김모씨는 개업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폐업을 생각 중이다. 그는 "알바를 썼으면 좋겠는데 알바를 쓸 여력이 도저히 안 된다"며 "손님은 없는데 365일 가게에 메어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규제는 해야 마땅하지만, 현재의 규제책은 이상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모씨는 최근 발생한 자영업자 A씨의 사망 사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A씨와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호프집을 하는 한 지인의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보다 매장이 훨씬 큰데 혼자 다 하고 있다. 사람을 쓸 수 없으니까. 지금 거의 망했다고 보시면 돼요. 대부분이 지인들 장사죠"라고 안타까워 했다.


4년간 식당을 해온 자영업자 백모씨(40)는 "진짜 남 얘기가 아니다. (지금 상황이) 사람이 죽은 거는 죽은 거지 나라에서 어떻게 해줄 수 없다 이거인 거죠"라며 "자영업자가 죽었다고 그거 뭐 어떻게 해주겠어요? 우리나라가 지금 이래요. 현명하게 대처를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완전히 공산주의 국가지. 나라에서 하라는 거 따라야 한다. 따랐잖아요 지금. 1년 반이 넘게 따라서 지금 결과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거잖아요"라고 분노했다.


이어 "지금 손님들이 오는 걸 다 막아놓고 간간히 지원금 조금씩 주니까 유지가 될 수가 없다"며 "지원금 시기도 추석이랑 맞물려서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쓰겠나. 다 추석 준비하는데 사용한다"며 지금의 지원책이 자영업자들과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완화된 거리두기 정책에 대해선 "다 자영업자들이 짊어지는 것 밖에 없죠. 백신 2차까지 맞으신 분들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라 저녁 장사에도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이게 차라리 2명씩 저녁에 받을 때가 장사가 훨씬 나았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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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초반의 자영업자 박모씨는 "정부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고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지원금도 해봤자 임대료밖에 안 나온다"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곳보다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투잡 안 뛰는 자영업자들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저녁장사는 거의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는 가게 운영에 한계를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투잡 등으로 생계유지에 나섰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투잡에 나선 사람은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57)가 운영하던 가게. A씨를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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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경기 평택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30대 자영업자 B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업종과 관계 없이 자영업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소공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 제한 철폐 및 온전한 손실 보상을 비롯한 다섯 가지 항목을 요구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 3,000개, 하루 평균 1,000여 개 매장이 폐업했다"며 "1년 6개월이 넘는 영업 제한으로 이제 버티다 못한 소상공인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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