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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검언유착 vs 권언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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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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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스토리로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렸던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주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에 대한 비리를 제공할 것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기자 등이 취재윤리를 위반해 부적절한 취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형법상 강요죄 성립에 필요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판결 직후 사건의 또 다른 관련자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해당 사건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수사지휘를 내렸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검사장은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등이 총동원된 유령 같은 거짓선동과 공작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제보자X, MBC, KBS 일부 관계자, 이성윤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습니다. 반면 추 전 장관은 “수사 방해도 공판 진행도 검언유착스러웠다”며 이제는 공수처가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첫 보도에서 무죄 선고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이번 사건의 전반적인 경과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해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MBC는 <[단독]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공포의 취재>, <[단독] “OOO 검사장과 수시로 통화”…녹취 들려주며 압박> 등 2건의 단독보도를 통해 금융사기죄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씨 측에서 제보를 해온 내용이라며,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신라젠 행사에 강의를 한 적이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알고 있으면 털어 놓으라면서 접촉을 해왔는데 그 방식이 취재 수준을 넘어 공포스러웠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협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지만 MBC가 첫 보도에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의미하는 ‘검언유착’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 중 “만약 현직 검사장이 녹취록과 같은 통화를 했다면,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으로 볼 수 있고…”라고 언급했고, 방송이 나간 직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검언유착. 저들의 행각, 다 알고 있습니다. 못된 버르장머리의 뿌리를 뽑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검언유착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C 역시 다음날(4월 1일) 보도부터는 검언유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기자 등을 고발했고, 며칠 뒤 사건이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돼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6월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사건을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는 결정을 내렸고, 같은 달 19일 대검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6월 25일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성 전보를 내고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7월 2일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중단할 것과 윤 당시 총장의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를 내렸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이때가 헌정 사상 두 번째였습니다.

7월 17일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사유에서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조차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영장심사를 맡은 판사가 한 검사장과의 유착 관계를 기정사실화한 것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2020년 7월 18일 KBS 9시뉴스 화면 캡처.

2020년 7월 18일 KBS 9시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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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날인 7월 18일 KBS에서 대형 오보 사건이 터졌습니다. KBS는 9시 뉴스에서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으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등 내용인데 방송 직후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KBS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실상 오보를 시인했습니다. 특히 정보 전달자가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라는 얘기가 돌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KBS 내부에서조차 여론조작 브로커에 의한 ‘청부보도’ 논란이 제기됐지만 KBS에 그 같은 왜곡된 수사 정보를 제공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KBS 보도에 이어 다음날 MBC가 부산고검 녹취록 보도를 이어가자 이 전 기자 측은 7월 21일 녹취록 전문을, 22일 녹음파일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이 전 기자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는 얘기를 들은 한 검사장이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며 맞장구쳐주는 내용도 있었지만, 정작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유시민 이사장 얘기를 꺼내자 한 검사장이 “유시민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정치인 수사도 아니고 뭐”라고 얘기하거나,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의 출국 관련 얘기를 꺼내자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라고 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녹취록 전체를 살펴봐도 한 검사장이 애초부터 이 전 기자 등과 공모해서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해 수사 단서를 찾으려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7월 24일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는데,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15명의 현안위원 중 12명이 ‘수사계속’ 의견을, 9명이 ‘공소제기’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10명의 위원이 ‘수사중단’ 의견을, 11명의 위원이 ‘불기소’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이 같은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란히 출석한 정진웅 차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 이날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란히 출석한 정진웅 차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 이날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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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했다’던 입장과 달리 수사팀장 격인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는 7월 29일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직접 법무연수원을 찾아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확보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독직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전 장관은 공무집행 중 일어난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정 전 부장검사를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감찰을 진행하기는커녕 8월 말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 발령을 내 비난을 받았습니다. 결국 정 차장검사는 10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7월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받고 8월 12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달 단행된 대규모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피고인 신분인 정 차장검사를 울산지검 차장검사로 수평 이동시키며 직무에서 배제시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추미애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며 ‘채널A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를 윤 전 총장의 비위 혐의 중 하나로 들기도 했습니다.


8월 5일 검찰은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기자 등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검찰 인사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재를 수차례 이성윤 전 지검장에게 올렸지만 이 전 지검장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결재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이 지검장과 맞섰던 김욱준 전 1차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를 즉각 중단해 달라”며 항의성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김 전 차장검사의 후임 나병훈 전 1차장검사 역시 부임 4개월 만에 수원고검으로 좌천성 발령이 난 뒤 검찰을 떠났습니다. 정진웅 부장검사의 뒤를 이어 사건 수사를 맡았던 변필건 전 형사1부장 역시 최근 인사에서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습니다.


이 전 기자는 구속기한 만료를 하루 앞둔 올해 2월 3일 구속수감 204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5월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 6개월, 백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습니다. 7월 16일 재판부는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 두 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 “해악의 고지 없어. 제보자 전달 여부도 불확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강요미수죄의 공소사실로 주장한 내용, 즉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보낸 5개의 서신 내용과 3번에 걸쳐 제보자 지모씨를 만난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또 제보자 지씨를 통해 이철 대표에게 과연 제대로 메시지가 전달됐는지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형법 제324조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강요죄 기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인해 권리행사 방해 혹은 의무 없는 일을 했다는 결과가 발생해야 되는데,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폭행·협박과의 인과관계가 없을 경우 미수죄가 문제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철 전 대표 측이 결국 이 전 기자 측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강요미수죄가 문제됐습니다.


먼저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아닌 개인의 경우 언론의 취재 요청에 협조할 법률상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언론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의 하나로써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가지는 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언론이 정보원인 개인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것은 행위의 본질상 ‘의무 없는 일’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언론사의 기자가 공적인 관심사항에 관하여 정보원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설령 부적절하거나 취재윤리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법상 강요죄로 의율함에 있어서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강요죄는 제3자를 통해 해악의 고지를 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다만 이 경우 해악을 고지한 사람이 제3자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 언동을 했거나, 제3자의 행위가 고지자의 의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으로 상대방이 인식한 경우에 한해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반면 대법원은 고지자가 그 같은 명시적·묵시적 언동을 하거나 상대방이 위와 같은 인식을 한 적이 없다면, 비록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외포심(공포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협박죄 성립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요미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강요미수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죄는 기수가 인정돼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전 기자가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을 통해서 이철 전 대표나 그의 가족들에게 해악을 끼칠 것처럼 고지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지만 재판부는 그 같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전 기자가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당시 진행되고 있던 수사 과정을 통해 이철 전 대표의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거나 가족도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재산도 빼앗길 수 있다고 한 것은 분명 이 전 대표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부정적인 전망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써 검찰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수사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취재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 전 기자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 전 대표를 무겁게 처벌할 것이라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입니다.


다시 말해 이 전 기자가 ‘나에게 협조를 안 하면 검찰을 움직여서 이철 전 대표에 대한 강력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협박한 것이 아니라, ‘나한테 협조를 안 하면 지금 수사 중인 검찰이 가족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 혹은 ‘나에게 협조하면 검찰에 부탁해 선처를 받을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즉 ‘협조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의미를 검찰처럼 ‘협조하지 않으면 검찰을 통해 무겁게 처벌받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라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기자가 제보자 지씨와의 첫 만남에서 “(제보를 안 하면) 죽는다”라고 한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이는 그 직전에 지씨가 “이 대표가 무슨 도움을 주신다고 하니까 고민을 해본다고 하고, 아무런 도움(안 그러면), 왜 그거 하겠습니까”라고 하면서 마치 검찰 관계자를 통해 수사와 관련된 도움을 주거나 선처 약속 등을 해주면 이 전 대표가 원하는 취재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하자 이에 대한 답변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녹취파일을 들려준 것은 결국 지씨의 요구에 의한 것인데, 이를 두고 해악의 고지라고 본다면 결국 피해자 대리인의 요구로 피해자를 협박한 셈이 돼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 전 기자를 만난 제보자 지씨가 이 전 기자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한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이나 다른 증인들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이 전 기자 등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의 핵심적인 내용은 ‘유시민 등 정관계 인사에 대한 비리정보를 제공하면 신라젠 수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이 전 대표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라는 것인데, 이러한 메시지가 이 전 대표(피해자)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전 대표는 ‘비리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신라젠 수사를 통해 더욱 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것은 피고인들의 메시지가 중간전달자인 지씨 등을 통해 왜곡돼 피해자에게 전달된 결과에 따른 것이어서 결국 피고인들에게 강요미수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의 주문을 선고하기 전 피고인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뒤 ‘당부의 말씀’을 통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의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써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이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들은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동훈 “유령 같은 거짓선동·공작 실패” vs 추미애 “수사방해도 재판진행도 검언유착스러워”
19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경북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19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경북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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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기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직후 한동훈 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사회에 정의와 상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로써 잘못이 바로잡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그 거짓 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어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MBC, 소위 ‘제보자X’, 한상혁, 민언련, 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들, 이성윤, 이정현, 신성식 등 일부 검사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몰려 여러 차례 좌천성 인사를 당하고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가 나온 이후에 실시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까지 당했던 한 검사장은 “저는 두 번의 압수수색과 독직폭행, 4차례의 인사보복, 조리돌림을 당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암시했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기자의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수사 방해도 공판 진행도 검언유착스러웠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검언유착의 결과이니 개혁이 더 절실해졌다”고 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한 검사장을 ‘거악’이라고 표현하며 “검찰총장의 집요한 감찰·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검찰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 후 비번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수사나 재판에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채널A 측이 진행한 진상조사보고서가 이 전 기자 측의 증거 부동의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고, 채널A 측이 법정 출석을 하지 않아 전문증거로 취급돼 공소사실 증명에 쓰이지 못했다며 “완벽한 검언의 재판방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의 완벽한 수사 방해와 재판 방해로 진실이 이길 수 없는 한심한 작태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며 “이제 공수처가 수사에 적극 나서야한다. 사법정의가 실종된 이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사건의 성격을 한 검사장이 공범인 ‘검언유착’ 사건이라고 규정짓고, 한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윤 전 총장에게 징계 청구까지 했던 추 전 장관 입장에선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은 됐지만, 법원의 재판까지 싸잡아서 “검언유착스럽다”고 한 발언은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추 전 장관은 “검찰이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활용하지 않았다”는 등 검찰의 부실한 수사·재판을 지적했는데 이번 사건 수사는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시절 진행됐고, 사건 지휘라인인 1차장검사나 형사1부장검사 역시 추 전 장관 본인이 인사를 낸 검사들이라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한 검사장 역시 이 같은 추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반박 입장을 냈습니다.


그는 먼저 “권언유착 공작과 수사상황 불법 공개의 책임을 져야 할 추미애씨가 사법부 판결로 검언유착 프레임이 부정되고 기자 본인들에게조차 전부 무죄가 선고된 다음날 사법부의 재판결과를 부정하는 긴 글을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수사와 재판은 추미애씨가 역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검찰총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추미애씨가 직접 고른 검사들을 시켜서 보고받으며 수사하고 재판까지 한 것인데(수사와 재판 모두 이성윤, 정진웅 팀에서 했고, 그 수사팀은 검찰총장을 완전히 무시함), 기자들조차 전부 무죄가 나니 지금 와서 ‘검언의 재판방해’라는 새로운 버전의 허황된 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 전 기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이후 이 전 기자를 검찰에 고발한 민언련과 MBC가 밝힌 입장에 대해서도 한 검사장은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언련은 이 전 기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된 다음날인 17일 <사법처벌 피한 검언유착 사건, ‘면죄’로 착각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애초 채널A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꼬리 자르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일부 언론의 본질 흐리기 보도 등으로 수사혼선이 계속될 때부터 예견된 사태다. 결국 구태를 내려놓지 못한 검찰-언론의 잘못된 유착이란 핵심은 증발되고, 단순한 취재윤리 위반 사건으로 남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언련은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검언유착 사건의 주요 혐의인 ‘강요미수’가 사법처벌로 이어지지 못한 판결은 매우 아쉽지만, 재판부가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명백하게 지적하고 판결 자체가 이동재 전 기자 등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법원도 강력하게 질타한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이 무죄 선고를 빌미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양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적반하장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전 검사장을 지목하며 “선고 직후 검언유착 사건을 ‘유령 같은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으로 지칭하며 민언련, MBC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한동훈 검사장 역시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여 본인 주장을 증거로써 증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민언련의 성명에 대해 한 검사장은 또 다시 입장문을 내 “민언련의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경찰사칭 MBC 양모 기자에 대한 상반된 태도, 아직도 검언유착이라고 말하는 뻔뻔함(아직까지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허위사실 명예훼손 범죄입니다), 총장을 배제해 놓고 독직폭행까지 동원해 사상초유의 무리한 수사를 한 이성윤, 정진웅 검찰이 미온적 수사를 했기 때문에 무죄가 난 것이라는 구차한 자기합리화에 말문이 막히고 안쓰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 민언련에는 이름과 달리 ‘민주’도 없고, ‘언론’도 없고, ‘시민’도 없고, 권력의 요직을 꿰차는 막강 인재풀로서 권력과의 ‘연합’만 있어 보인다”며 “민언련은 권력과의 노골적인 ‘검언유착 프레임 만들기’ 협업 과정에서 ‘고발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권 관련자들과 어떤 공모와 협력을 했는지 이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해서도 강한 비난 입장을 냈습니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크에서 “MBC의 최초 보도는 한 종편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 방식을 고발했을 뿐, 정작 ‘검언유착’이란 표현이 확산된 계기는 첫 보도 당일 밤 한 정치인의 SNS였다”며 조선일보가 ‘검언유착은 없었고 이른바 권언유착이 드러났다’는 기사 제목에 MBC를 기재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MBC가 ‘검언유착’이란 이름표를 붙였다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MBC의 주장대로 MBC가 지난해 3월 31일 첫 보도에서 검언유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SNS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한 이후 다음날(4월 1일) 방송에서부터 검언유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줄곧 후속보도를 이어갔고, 한국기자협회에 ‘이달의 기자상’을 신청하며 제출한 공적설명서에도 기사 제목을 ‘채널A 검언 유착 의혹’이라고 기재한 점, 소속 기자가 수상 소감에서도 검언유착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점, MBC 박성제 사장이 지난해 8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언유착을 거론한 점 등을 근거로 MBC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이동재 기자 무죄가 선고되자 마치 자기들이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주장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와서 발뺌’ 방송을 했다”며 “오늘 MBC는 그간의 입장을 180도 바꿔 자기들의 보도 테마가 ‘검언유착’이 아니라 ‘부도덕 취재’였다고 우겼다. 국민들의 기억력을 어떻게 보고 이러는지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한 검사장은 “불법 몰카 등 불법 취재로 고발된 MBC는 몰카 영상도 제출 안했고, 제보자 X 녹취록조차 당초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그 말을 뒤집어 공개하지 않았다”며 “MBC가 불법 몰카를 촬영할 때, 이번 이동재 무죄 판결문에도 나오는 것처럼 제보자 X가 집요하게 저에 대한 발언을 유도했는데, MBC와 제보자 X가 발언유도에 합작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MBC가 왜, 누구의 연결로 2월 초부터 제보자 X와 접촉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MBC야말로 권(권력)·범(범죄자)·언(언론) 유착 공작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MBC의 첫 보도가 나간 지 1년 3개월여 만에 이동재 전 기자 등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법리적 관점에서 이 전 기자 등의 행위가 형법상 강요미수죄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결론이 났습니다. 물론 2심이나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사실관계를 놓고 다툼이 있는 사안이 아니라 법적으로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협박’,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1심 법원의 판결 이유에 비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재판부가 밝혔듯이 이 전 기자 등의 취재 행태가 취재윤리에 위반되는 부적절한 것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적어도 한동훈 검사장이 처음부터 이 전 기자와 공모해서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이사장 등의 비위 정보를 캐내려했다는 ‘검언유착’의 프레임은 무너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만약 이 전 대표가 이 전 기자의 메시지를 협박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중간에서 대리인 역할을 한 제보자 지씨가 메시지를 왜곡해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하여 (검언유착의)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던 정진웅 차장검사나, “(검언유착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던 추미애 전 장관,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에 적시한 김동현 부장판사의 발언들은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가 사실상 물 건너간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들이었다고 판단됩니다.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 검사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압수수색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해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전 형사1부장검사는 그 사이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습니다. 박범계 장관이 취임한 뒤에 단행된 인사에서도 한 검사장은 복직되지 못한 반면, 정 차장검사는 울산지검 차장검사로 수평 이동했습니다.


이성윤 전 지검장에게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재를 수차례 올렸던 수사팀 지휘라인들은 예외 없이 보복성 좌천 인사를 당하고 사표를 내거나 한직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반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징계를 청구했던 추 전 장관은 행정법원 집행정지 사건 등에서 잇따라 패소한 뒤 사실상 경질됐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권 대선 후보로 나섰습니다. 자신의 무리한 수사지휘와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오자 “검언유착스럽다”는 말로 재판 결과까지 폄하하며 이제는 공수처가 수사해야 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파생된 고소·고발 사건도 현재 여러 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한 검사장이 제기한 민사소송도 있습니다.


먼저 가장 궁금한 건 과연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인 지입니다. 여러 상황으로 봐선 당연히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게 맞지만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아 두 사람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게 사실입니다.


당장 여권 대선 후보로 출마한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내린 수사지휘나 징계 청구가 오판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반면 자신에 대한 부당한 징계 청구나 수사 방해에 맞서 검찰을 떠나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 전 총장에게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예민한 시점에 여권 후보에게 타격을 주고 야권 1등 후보에게 임기 전 사퇴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을 내려야 되는 상황인 것이죠.


무혐의 결재를 미뤄 온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나,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웅 차장검사, 한 검사장에 대한 복직을 미뤄온 박범계 장관에게도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지모씨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돼 1년 넘게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캡처, 황희석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한 채널A 사건의 제보자 지모씨의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왼쪽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캡처, 황희석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한 채널A 사건의 제보자 지모씨의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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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31일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하기 훨씬 전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당 최강욱 대표와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30분 뒤 황 의원의 해당 게시물은 제보자 지모씨의 페이스북에 “부숴 봅시다! 윤석렬 개검들!!"이라는 글과 함께 공유됐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이동재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4~5월 이들을 고발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최 대표가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의 발언요지’라고 소개하며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고 했다고 올린 글은 대부분 허위사실이며, 황 전 국장이 3월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대표와 둘이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제보자 지씨가 이를 공유하며 “부숴봅시다!”라는 글을 덧붙인 것은 이들 3명이 이 전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를 공모한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기자의 판결문에 따르면 사기·횡령 등 다수의 전과를 가진 제보자 지씨를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내세워 이 전 기자를 만나도록 제안한 사람은 이 전 대표의 변호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지씨가 2016년 말 사기미수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사건의 항소심과 상고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준 것을 계기로 지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씨가 이 전 기자를 만나는 장면을 MBC가 몰래카메라로 찍을 수 있었던 배경, MBC의 첫 보도가 나가기 전 황희석 전 최고위원과 최강욱 전 대표가 ‘작전’ 운운했던 이유 등이 밝혀져야겠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BS 오보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7월 한 검사장이 KBS 관계자와 수사관계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돼 왔습니다.


앞서 MBC나 추 전 장관 등이 제기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유착 의혹이 ‘검언유착’이라면, 현 정부 들어 친정부 성향을 강하게 보여 온 MBC나 KBS와 최 전 대표, 제보자 지씨 등의 유착 의혹은 ‘권언유착’ 혹은 ‘정언유착’으로 불려왔습니다.


최 전 대표 등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 전 기자의 부당한 취재 활동을 제보 받은 뒤 한 검사장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이를 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제보자 지씨, MBC와 함께 나선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청와대와 여당의 눈 밖에 난 윤석열 전 총장에게 타격을 입히고 검찰개혁의 명분을 확보할 목적으로 측근인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삼아 황희석 전 최고위원의 말 그대로 ‘작전’을 펼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오수 검찰총장,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체제에서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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