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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심리상담서비스' 규제, 견지망월(見指忘月)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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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국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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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답게 세계 최초로 증기자동차를 만든다. 이 자동차는 시속 30㎞로 달릴 수 있었다. 그러자 위기에 몰린 마차 사업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견디다 못한 정부는 1865년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도심에서 시속 3㎞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는 이른바 ‘붉은 깃발법’을 만든다. 이 규제로 인하여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미국·프랑스 등에 크게 뒤처지게 된다.


150여년 전에 있었던 규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쓰라린 경험 때문이었을까. 2016년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핀테크 산업에 도입한다. 규제 샌드박스란 사업자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안심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일정한 조건하에서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의 출현이 훨씬 용이해진다.

한국도 2019년부터 2020년에 걸쳐서 이 제도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입한다. 영국이 도입한 혁신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정보통신(ICT)·산업융합 분야, 규제자유특구, 스마트도시와 연구개발특구 등 6개 부문으로 영역을 크게 확대한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한국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중대한 노력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이미 법률로 보호받고 있는 직역과 새로운 디지털 기술 간의 갈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신기술 적용 사업 간의 대립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앞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하는 경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한 학회가 제안했던 이른바 ‘심리서비스법률 1안’도 진입규제 중 하나다. 2021년 1월 정부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 기본계획의 내용에는 심리상담 서비스와 관련한 정부의 1차적 목표는 국민의 마음건강의 증진을 통한 행복한 사회 건설과 안심하면서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 민간 심리상담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자격관리를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그 학회에 ‘심리 서비스 입법 연구’를 제목으로 용역을 맡긴 이유도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학회는 향후 국가자격이 될 시험의 응시자격을 심리학 전공자에게만 부여하는 법안도 제시했다. 이 법안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사람만이 축구국가대표 응시자격이 있다고 규제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자격규제를 하면 체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손흥민과 같은 능력있는 선수는 배출될 수 없다. 심리상담 서비스업계는 이미 상담학과, 교육학과 등 여러 관련학과를 전공하고 현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1570명의 상담관련 분야 대학교 교수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고 다른 학회 등에서도 공개적인 반발을 하고 있다. 정부는 달을 가르키고 있는데, 학회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바라보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특정학과 전공자가 아닌 능력을 갖춘 심리상담사의 양성을 위한 제도화에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국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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