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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웃음(^^)' 문자 단 한 통에 해고…'갑질 지옥'에 피멍드는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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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90% 하청 등 간접 고용
3~6개월짜리 초단기 계약 관행
용역업체, 입주민과 관계서 철저한 '을'
갑질 고통 당해도 부당함 호소 힘들어
전문가 "경비업계 고용 구조 개선 필요"

경비원이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비원이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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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도와주신 입주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휴대폰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던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 경비원들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소감을 밝혔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 덕분에 경비원들은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문자 해고 통보 사건'은 원만한 합의를 맺었으나,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한 하청 구조로 인해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는 경비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과 갑질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간접고용, 단기계약 등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경비업계의 노동 구조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해고 경비원 복직 기자회견에서 한 경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해고 경비원 복직 기자회견에서 한 경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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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한 통'으로 해고된 아파트 경비원 16명


지난 4월29일 중계그린아파트 경비원 16명은 새로 바뀐 아파트 관리 용역업체로부터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상의 해고 결정이 문자 단 한 통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후 경비원들은 고용 승계를 주장하는 베란다 현수막 내걸기,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항의를 개시했다. 이 항의에는 아파트 입주민들도 적극 지원했다. 3481세대 규모인 중계그린아파트 입주민 중 1463명이 경비노동자 고용승계 요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노원구청에 이 사건을 '갑질 사례'로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자로 해고를 통보 받은 중계그린아파트 경비원들의 복직이 합의됐다. / 사진=연합뉴스

문자로 해고를 통보 받은 중계그린아파트 경비원들의 복직이 합의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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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노원구청이 개입해 경비원, 용역업체와 함께 3자 협약식을 열었다. 용역업체는 경비원들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행위를 사과하고, 해고된 경비원 16명 중 희망자 6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근로계약 기간도 1년 이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전국 경비원 90%가 간접고용…갑질 저항 힘들어


아파트 경비원들이 부당한 갑질을 당해 고통을 겪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비원을 고용한 계약업체뿐 아니라, 입주민들로부터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입주민이 수년간 경비원에게 택배 배달, 흡연 구역 순찰 등 각종 잡무를 시키는가 하면 "개처럼 짖어 보라" 등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지난해 5월에는 한 입주민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온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입주민의 지속적 갑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실 내부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지난해 입주민의 지속적 갑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실 내부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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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그린아파트 문자 해고 통보 사건의 경우에도, 서명 운동에 동참한 주민들의 지원과 꾸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더라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힘들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비원들이 갑질을 당해도 저항하기 힘든 이유는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경비원은 노동자 개인과 사업주 간 도급계약으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비원 90% 이상은 파견·용역·도급 등 형태로 간접고용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들은 대부분 3~6개월 단위로 초단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해고가 쉽고, 일자리도 극히 불안정하다 보니 경비원들은 고용주나 입주민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간접고용 초단기 계약 등 고용 구조 변화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정부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경비원 괴롭힘 금지'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는 △아파트 경비원 등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및 불이익 금지 등 내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을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는 간접고용과 3~6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이 대부분인 경비업계의 노동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YTN '열린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전체 경비노동자의 90% 이상이 이른바 간접고용 형태로 되어 있고, 경비원은 길어도 1년에 한번은 계약 갱신을 해야 고용 유지가 되는 구조다"라며 "항상 잘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와 관계가 끊어지면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갑질을 겪어도 경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라며 "각 지자체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3개월 등 초단기 계약을 못 하게 하거나, 입주자 대표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관리를 강화하는 등 고용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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