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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나요?" 재난 현장서도 인증샷 '의전 의원님'들 [한승곤의 정치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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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참사 현장서 웃고 막말하는 의원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도 '라면' 먹고 사망자 명단 앞에서 사진 촬영 물의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잠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잠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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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진 찍고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 "부끄러운 줄 모르네요."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사흘째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사고 현장에 국화송이를 손에 든 광주 한 기초의회 의원들이 찾아왔다. 의원들은 의회 차원에서 구성한 참사 조사특별위원회 첫 일정으로 피해자 명복을 빌고자 현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부 의원들이 보인 의전이 우선한 언행이다. 이날 의원들은 의회 사무국에서 사진 촬영을 담당하는 직원을 대동했다. 의원들은 사진 촬영에 나선 직원의 위치 조정 요구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헌화 장면을 연출했다.


아예 일부 의원은 경찰·소방 통제선 너머로 들어가 국화를 놓으려다가 다시 나오기도 했다. 또한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일부 인사는 두 줄로 놓인 추모 화환 가운데 야당 대표 이름이 새겨진 특정 화환을 지칭하며 합동분향소 관리를 맡은 공무원을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력 정치인의 화환을 뒷줄에 놓았다는 게 질책의 이유였다. 이 공무원이 질책당하는 모습은 이날 현장에 있던 시민 추모객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1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승객 가운데 첫 번째 사망자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건물이 붕괴하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멈춘 시내버스가 매몰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승객 가운데 첫 번째 사망자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건물이 붕괴하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멈춘 시내버스가 매몰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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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공무원은 화환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결박한 줄을 끊고 지역 정치권 인사의 지시에 따라 화환 위치를 조정했다.


그런가 하면 한 지역의원은 자신을 향한 시민의 비판 목소리에 "아까 이야기할 때 어떤 놈이 말로만 하지 말라고 했는가? 뭐라고 하려다가 내가 참았다니까"라며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이 장면은 한 방송사를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재난 참사 현장에서의 의원들의 '의전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 찾은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유족들 사이에서 라면을 먹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 전 장관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보이지 않았어야 할 모습이었다. 앞으로 처신에 더 신중을 기하겠다"며 사과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재발방지 대책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의논하는 것이 아닌 그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국민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일말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표 하나 받아보려는 욕심 같다"면서 "아주 꼴보기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재난참사를 만들지 말아야 할 책임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런 모습을 하루 이틀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정말 너무 지겹다"고 토로했다.


한 학자는 이 같은 일종의 의전중독은 국가를 흔들 수 있는 해악이라고 규정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의전 권력에 중독된 의전 대통령이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게 아니다. 범국민적으로 자신의 서열을 지키기 위한 욕망과 그 상징인 의전에 미쳐 돌아가는 토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높은 서열이 주는 특혜와 특권만 누리고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는 엘리트 집단의 서열중독증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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