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속옷·양말만 입고 달려들어
편의점서 신체부위 보여준 뒤 상습 추행하기도
전문가 "성적수치심 주는 행위…처벌 입법 필요"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는 등 여성을 위협하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밤늦은 시각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뛰어다니며 달려드는가 하면, 여성 속옷을 입은 남성이 편의점에 상습 출몰해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등 아르바이트생을 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는 물리적 가해가 아니더라도 성적수치심과 위협감을 주는 행위를 처벌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여대생 밀집 주거지역에서 속옷, 양말만 착용한 남성 A씨가 모르는 여성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위협을 가한 일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11시께 노원구 공릉동 태릉입구역 인근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뒤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피해자는 킥보드를 타고 있어 A씨를 피할 수 있었고, 이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엔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가해자 검거에 나서지 않았으나,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 및 단속 강화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한 남성이 상습적으로 여성 속옷을 입고 편의점에 출몰,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등 알바생을 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성 B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 출몰했다. 이때 B씨는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입고 겉옷으로 가린 채 편의점을 방문했으며,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특정 신체 부위를 알바생에게 노출하고 다가가는 등의 행위를 했다.
B씨의 범행은 일주일 2~3회, 새벽 3~6시에 주로 이뤄졌고, 같은 수법으로 알바생에게 30여 차례 신체 노출을 했다. 경찰은 B씨를 잡기 위해 3일간 잠복수사를 한 결과 지난해 3월11일 B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이었던 아르바이트생은 장기간 피해를 입었음에도 B씨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피해 사실을 점주에게 알렸고, 점주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
또 지난 3월에는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남성이 엉덩이가 다 보이는 T팬티를 입고 커피를 주문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성이 짧은 하의를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난 사건은 지난 2019년 충북 충주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남성의 '노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모르는 남성이 옷 벗고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공포스러워서 최근엔 밤에 집밖에 나가지도 않는다"라며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이런 범죄에 대해서도 제발 강하게 처벌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이 모 씨 역시 "다 벗은 것도 아닌데 '이게 왜 범죄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낮에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은 수치스럽고 모욕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성적수치심과 위협감을 주는 행위를 처벌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현행법상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과하게 노출하는 행위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순 있지만, 강제추행죄를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벌어진 범죄는 타인에게 성적수치심을 주고 위협감을 조장하려는 고의성이 다분해 보인다"라며 "물리적 위협이 아닌 노출 등으로 인해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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