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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민주당 대선후보 뽑아 놓고 흔들었던 '후단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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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선후보 주저앉히려 했던 정치인들…당 밖의 정몽준 후보 쪽에 곁눈질
대선 두 달 앞두고 후단협 출범, 선거구도 격랑…한 달 앞두고 의원들 탈당 러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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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 ‘후단협’은 경선 불복을 상징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정식 이름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약자로 후단협이다.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02년의 후단협 추진은 일반적인 후보 단일화와는 다른 정치적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4월 대선후보로 정치인 노무현을 선택했다. 민주당 국민경선은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흥행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의 대선 후보 등극은 당시 민주당의 주류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과였다.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뽑힌 인물을 끌어내리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는 선택이지만, 명분은 찾기 마련이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의 참패가 그 시작이었다. 노무현 후보 간판으로 치른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한나라당에 내주는 등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지방선거 패배를 정치인 노무현 개인의 역량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아들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돌아선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대선까지 남은 기한은 6개월이었다. 노무현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렸고 후단협을 준비했던 정치인들이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당시는 2002년 월드컵 열풍으로 뜨거웠던 시기다.

월드컵 4강의 쾌거는 대한축구협회장 출신인 ‘정치인 정몽준’의 주가를 수직 상승시켰다. 후단협을 준비했던 정치인들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노무현 후보로는 안 된다는 회의론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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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비판 수준을 넘어 사실상 대선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상황으로 이르렀다. 그 흐름이 실체화돼서 나온 게 바로 후단협 결성 소식이다. 민주당 중도개혁포럼을 중심으로 37명의 의원들이 2002년 10월4일 후단협을 결성했다.


후단협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모임이었는데 사실은 노무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종용하는데 무게가 실려 있었다. 자기 정당의 대선 후보가 있는 데도 정몽준 의원 띄우기에 힘을 쏟았던 민주당 의원들도 있었다.


노무현 대선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물론이고 당내에서 후보를 흔드는 세력에 대응하며 대선을 준비해야 했다.


후단협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후단협 소속의 한 의원은 민주당 내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이 전체 의원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를 노골적으로 흔드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이를 극복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 내부의 후단협 의원들은 정몽준 의원과 독자신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2002년 11월 후단협 소속 의원 중 일부는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분열됐다. 2002년 대선은 그렇게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노무현 후보는 당 안팎의 견제를 뚫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론조사 후보 단일화에 응한 것이다. 반전 카드는 적중했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11월24일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정몽준 후보를 꺾고 단일 후보의 지위를 얻었다. 후단협이 흔들었던 2002년 대선, 여론조사 경선은 그 흐름을 바꿔놓은 또 하나의 분수령이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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