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속수무책 기술유출]산업기술 훔쳐도 대부분 집유·벌금…美선 간첩죄로 처벌

최종수정 2021.05.03 11:30 기사입력 2021.05.03 11:30

댓글쓰기

2019년 1심 법원 선고 15건 중 1건만 징역형
산업기술보호법 처벌 기준엔 징역 15년·벌금 15억 이하…대법 양형위는 기본 징역 1년~3년6개월 그쳐
산업기술보안 컨트롤타워 신설 필요…관련법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속수무책 기술유출]산업기술 훔쳐도 대부분 집유·벌금…美선 간첩죄로 처벌
썝蹂몃낫湲 븘씠肄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장비업체인 A사는 최근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채용 사이트에 베이징에서 근무할 경력 10년 이상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채용한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A사는 '동진쎄미켐'을 콕 집어 이 회사 출신의 포토레지스트 개발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핵심전략기술을 보유한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의 주요 반도체 협력사이자 정부가 선정한 '소부장 으뜸기업'이다. 그간 국내 헤드헌터를 통해 조용히 인력을 빼가던 관행과 달리 이젠 대놓고 채용공고를 올려 국내 반도체 핵심인재를 영입, 빠르게 기술을 이식받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확보 노력은 최근 들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핵심 기술자를 회유해 기술을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액 연봉으로 대놓고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특히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사실상 봉쇄조치에 나선 만큼 중국의 기술확보전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기술을 지켜야 할 국내에서 산업 스파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정부 내 산업기술보안을 담당할 컨트롤타워조차 없고, 기술보안 예산 역시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술 빼돌려도 솜방망이 처벌…보안예산도 부족

3일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1심 법원에 접수돼 판결이 끝난 사건은 총 15건으로 이 중 징역형은 1건에 그쳤다. 집행유예가 8건, 벌금형이 3건, 무죄가 1건 등이었다. 2018년에도 1심 법원이 접수된 30건 중 15건에 대해 판결했는데 징역형은 1건도 없었다. 산업기술을 유출해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나는 것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유출시 징역 15년 이하 또는 벌금 15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함께 15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일반 산업기술 해외유출시 처벌의 하한이 없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처벌 기준 또한 낮다는 점이다. 양형위는 기술 해외유출시 기본 양형기준을 징역 1년~3년6개월로 정하고 있다. 감경사유 적용시 징역 10개월~1년6개월, 가중사유를 적용해도 징역 2년~6년으로 한정한다. 기술유출과 관련된 자료가 워낙 방대해 재판부가 충분히 숙지해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유출 전 적발되는 경우도 많아 처벌이 약한 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해외와도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전략기술 유출시 '간첩죄'로 징역 최대 20년, 추징금 최대 500만달러로 처벌을 강화했다. 대만에서는 반도체 인력의 중국 대륙 취업을 금지하기로 할 정도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앞서 미국 법원은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2012년 1심 판결에서 약 1조원의 손해배상액 지급 판결을 내렸다"며 "우리 법원도 징벌적 손해배상액 부과 등 실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만 산업기술 유출 문제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안과 관련한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기관이 흩어져 있어 산업기술 유출 문제를 담당할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기술보안 예산도 턱없이 적다. 주요 부처인 산업부의 산업기술보안 예산은 2019년 12억300만원, 중기부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예산은 35억1400만원이다. 같은 해 정부 R&D 예산(20조5000억원)의 0.02% 수준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산업 스파이 법안…"핵심인력 인센티브 제공"

국회에서는 산업기술 보안을 담당할 정부 내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기술유출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소속을 현재 산업부장관에서 국무총리로 변경하고,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시 처벌을 현행 '3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업기술 해외유출시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손해배상액 한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법안(송기헌 의원안),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관장의 보호인력·조직설치 및 신고 의무화 법안(고민정 의원안) 등도 발의됐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주력산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핵심 인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윤재 미래산업정보원 대표는 "한국의 경우 개발자 본인이 기술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안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여야 한다"며 "핵심기술을 갖춘 인력에 대해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는 보상체계 역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TODAY 주요뉴스 거꾸로 세웠더니 '대박'…"성수기보다 더 잘 팔려" 거꾸로 세웠더니 '대박'…"성수기보다 더 잘 ... 마스크영역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