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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是非非]판문점선언, 이미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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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난달 27일은 4·27 판문점 선언 체결 3주년이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규정하고 "어떤 경우에도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대통령 언급처럼 판문점 선언이 평화의 이정표로 기능했는가? 답은 결단코 아니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평화를 위해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언 이후에 티끌만큼의 진정성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2013년 핵·경제 병진 발전의 연장선에서 판문점 선언을 악용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한에 있어 "핵 있는 상태에서 제재 완화(해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2017년 11월 이후에도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지속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남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매우 다른 입장에서 접근했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핵 폐기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반면 북한은 ‘제재 완화→핵무력 완성→핵을 앞세운 적화 흡수통일’ 입장을 견지했다.


물론 대화 조급증 때문에 북핵 위험이란 냉엄한 현실을 무시하며 출발한 판문점 선언은 잘못된 만남이었고, 북한의 전향적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될 수 없는 합의였다.


북한의 흑심은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됐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유는 북한의 핵 집착과 폐기 불가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와 협상이 아닌,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로 북한을 직접 압박하는 것이다.


대북제재의 유용성은 북핵 폐기의 평화적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빈틈없는 국제공조가 지속돼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늘 걸림돌이다.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의 태도는 돌변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무례한 행동,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발사,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강요, 실종 공무원의 총격 사살 등이다.


이는 한국을 압박해 제재 허점을 찾기 위한 수단들이다. 현 정부는 우리의 선의에 북한도 선의로 응할 것이라는 미몽(迷夢)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2019년 8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지정을 두고 ‘남북 평화경제로 극일(克日)하자’고 한 언급도,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남북 대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5월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도 오직 북한을 향한 일방 독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바로 판문점 도보 다리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차안대(遮眼帶) 대북 정책의 단면이다.


2018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세계사의 엄청난 대전환’을 꿈꾸며 판문점 선언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일관된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의 선의가 선의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고, 조급증은 대화와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훼손된 판문점 선언에 기댈 수 없다.


오히려 북핵 폐기를 위한 새로운 방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이 기회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제재·압박의 방략을 마련하고, 중국의 북한 지원을 차단할 근원적 방책을 강구해야 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북핵 폐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의 전향적 방향 전환을 기대해 본다.

[是是非非]판문점선언, 이미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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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국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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