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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냉담한 북한, 러브콜만 보내는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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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통일을 다큐(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사랑의 불시착’도 일부 사람들은 친북적이라고 비난하는데 그 이상의 통일 공감대 정책이 있나."


지난 3월 통일부 창립 52주년 기념사에서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이 한 말이다. 통일을 예능처럼 봐야 한다는 그의 말은 남북 국민이 좀 더 마음을 열고 즐겁게 통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가 언급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한 통일부 고위 관료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크게 바꿔준 작품"이라며 사석에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통일 전선을 둘러싼 기류는 예능과는 거리가 멀다. 예능이라면 재치있는 멘트의 ‘핑퐁’이나 당사자 간의 설레임이라도 오가야 할텐데 한 쪽은 일방적인 악담과 냉담함으로 일관하고 있고, 한 쪽은 일방적으로 러브콜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 것이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하루 앞둔 26일에 이뤄진 남북 비대면 영상회의 시연회다.


통일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남북회담본부 3층에 남북회담 영상회의실을 마련하고 회의 시연회를 했다. 정작 상대인 북한은 없는 상태에서, 언젠가는 북한 측과 비대면 영상회의를 할 것에 대비한 시연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자신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북측이 우리와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다.


우리 측은 어떻게든 계기를 마련해 대화를 해보려고 애쓰지만, 정작 북한은 이 애달픈 구애에 호응해주지 않는다. 북측이 기다리는 것은 오직 바이든 정부가 새 대북 정책 검토를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지 여부다.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유연하게 나서면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독자 생존’ 방침도 세워놓았다.

4·27을 기념하는 양측의 온도차도 명확하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직접 4·27 정상회담 관련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의 언론은 조용하다. 문 대통령은 "다시 평화의 시계를 돌릴 준비를 할 때"라고 말했고, 이 장관은 "북한도 대화의 길로 나오라"고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 1월 "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선언하며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는데, 우리만 매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는데, 국민 뿐만 아니라 북한마저도 공감하지 않을 것 같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는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다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면 보낼수록 ‘삶은 소대가리’, ‘특등머저리’, ‘미국산 앵무새’라는 악담만 퍼부어 온 것이 북한이다. 언제까지 그들의 악담을 ‘대화 의지’로 선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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