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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한승주 前 장관 "현 정부, 중국에 저자세…'밀면 밀리는' 외교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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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감정적 반일, 중국 저자세 아쉬워
노태우 정부 북방외교,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은 '효과적 코드외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한승주 前 장관 "현 정부, 중국에 저자세…'밀면 밀리는' 외교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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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여정부 첫 주미대사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무부 장관, 주미 대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한승주 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국내 외교계의 큰 원로다. 그의 목소리는 잔잔하면서도 한 치의 빈틈이 없었다. 그간 중요한 한국외교 사안마다 본인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 왔지만 올해 초 1월말 새로 발간한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책에서 "현 한국외교는 인재도, 절차도, 정책도 없고 코드만 있는 3무(無) 1유(有) 외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학계, 외교가, 사회적으로 큰 담론의 장을 제공했다. 3월 25일 그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실에서 만나 대담을 가졌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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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께서는 대통령이 외교 고위관료와 대사 임명에 있어 전문성보다 코드인사를 해 외교에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외교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성향이나 통치철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코드인사는 불가피하며, 진짜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지 코드인사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방향이나 정책내용을 구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대통령은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 또는 정책내용을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집권 전과 집권 후의 상황을 세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집권 전과 집권 후 국제·국내 상황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 전까지 공약한 내용을 냉철한 상황판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당선 전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내세웠던 공약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3무 1유라 말씀하셨는데 혹 반대로 3유 1무 외교에 해당되는 외교가 있는지요? '한국에 외교는 없는가'요?


▲3무 1유 외교라는 개념은 제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개념은 아니며 이전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등장한 내용입니다. 먼저 3무 1유 외교라는 개념은 토니 블링컨 현 미 국무장관이 2018년 트럼프 외교를 비판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그 내용은 바로 인재가 없고(No people), 과정이 없고(No procedure), 정책이 없다(No policy)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라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 출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특정한 정치 이념이나 정책관 또는 방향성이 부재했고, 트럼프 주위의 관료 및 인사들도 직관과 충동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측면이 강했다고 봅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정책과 결정의 전후맥락을 고려하여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선택이 낳는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고, 이것이 실패했을 시 어떻게 출구전략을 마련하여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개념이 한국 외교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물론 한국외교가 트럼프 외교처럼 목적의식, 이념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에서는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방향성은 조금 다르지만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온 것이 한국 외교의 특징입니다.


-사실 3무도 3무지만 1유, 코드로 인한 논란이 더 큰 듯합니다.


▲코드라는 말은 영어로 직접적으로 번역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용어입니다. 이념, 성향, 시각 이라는 번역들도 100% 맞아 떨어지는 개념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과적으로 코드라는 개념은 국내정치 또는 국제정치를 다루는 데 있어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고,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새롭게 생겨난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드라는 개념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드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평화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한다, 또는 다른 국가들과 제로섬게임이 아닌 협력관계를 강화해야한다 같은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에 적합한 인재들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코드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측면에서 보면 코드라는 것은 노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노선을 가지고 정책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왼쪽)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왼쪽)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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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에서 효과적으로 코드외교를 추진했던 정부는 어디인가요?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들이 하나의 노선을 가지고 역동적이고 추진력 있는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중 코드 또는 노선의 특징을 더 많이 보여준 정책은 햇볕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외교적 자질 이외에도 성향, 성격 등과 같은 인적정보도 인사에 반영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지연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특정 지역이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이러한 지연을 통한 인사는 역사적 보완 차원에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실용주의 정책노선을 택했습니다.


실용주의 외교라는 것은 외교의 내용이 국가의 이로운 목표를 실현하는 것,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념, 감정, 인연, 정책자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또는 코드를 배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과연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올 초 책을 발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과연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라는 것은 현 정부의 문제점만을 꼬집는 것이 아닙니다. 단 책 제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현재 한국에 외교가 있다 없다라는 흑백외교로 이해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한국외교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과 경향에 관한 거시적 문제였습니다. 한국은 ‘외교가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제 책에서 특정 정부의 외교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역대 정부 또는 현 정부를 아우르는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평론보다는 학술적으로 활용되기를 원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외교에 있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요?


▲반일 감정에 치우치는 정책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대안 없이 출구 없이 포기한 것,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자세로 “3불 입장”을 받아들인 것, 미국과의 공동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북한과 평화의 이름으로 군사 합의를 체결하여 안보를 약화시킨 것,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시 북한의 핵 무력을 과소평가하고 비핵화 의지를 과장한 것 등입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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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혹 찾을 수 있다면 현 정부 외교가 잘한 점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이나, 일본과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정을 폐기하지 않은 것, 2차 대전 중 일본의 강제 노역과 관련하여 압류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의 자산을 처분하여 현금을 압수하지 않은 것; 미국과의 방위 분담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한국외교와 관련 많은 논란은 우리의 대미, 대중 스탠스에 기인합니다. 먼저 미중관계란 큰 틀과 관련해 여쭙겠습니다. 얼마 전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외교회담이 있었습니다. 양국 간의 치열한 논쟁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저는 주미대사로 있던 당시 블링컨, 양제츠 모두 자주 만났었습니다. 특히 양제츠의 경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했던 사람으로 미국을 잘 알 뿐만 아니라 미국사람들의 비위를 건드리는 말을 잘 안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하고, 그리고 시진핑 시대에 들어 외교회담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뼈있는 말과 비판을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양제츠가 시진핑의 외교적 측근으로서 시진핑과 중국을 대표하는 실질적인 외교 분야의 총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제가 만나 본 블링컨의 경우, 그는 비교적 조용하고 학자적 측면이 강했던 합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알래스카 외교회담에서 토니 블링컨이 양제츠의 강경 발언에 대응하여 강한 발언을 했던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중국과 동일하게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테드 루스벨트 대통령은 몽둥이는 큰 것을 가지고 다니고, 말은 부드럽게 하라는 조언했습니다. 즉, 말은 부드러울수록 좋다는 의미입니다. 양제츠의 경우 중국의 외교의 체제적 특징을 고려하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토니 블링컨을 내세워 이번 외교회담에서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이번 미국의 강경입장에 대한 배경은 바이든이 강한 미국이라는 인식을 국내에 환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바이든은 강한 미국을 강조하면서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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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께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0년간 상원에서 외교위원장도 지냈고 북한 이슈를 다루어보았으며 그의 외교 참모들도 노련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과잉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남은 일 년 동안 우리의 대미 외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또 하지 말아야 최선일까요?


▲최근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눈에는 눈’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하기 쉽지 않음에도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대칭적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로 인해 의료시설, 인력, 자금 문제 등으로 고비를 맞고 있고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또한 해외 제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 과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 트럼프의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사이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이 와중에 미국에게 북한과의 정상급 대화를 재개하라고 역설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강박관념을 가지고 미국에 북한과 화친하도록 떠미는 대신 미국과 코드에 얽매이지 않는 진지한 전략 대화를 갖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상향(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바이든의 연령을 고려해 그의 임기를 재선이 아닌 4년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 과정에서 바이든이 외교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하향(Top-bottom) 방식을 취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바이든이 하향 방식으로 외교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트럼프처럼 빅딜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외교의 성격 및 내용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를 정의하는데 있어 북한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방향에 대해 미국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파악했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바이든의 임기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나타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빅딜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이든이 재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미국외교 또는 한미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1945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이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설립, 트루먼 독트린(Truman Doctrine) 등의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부통령 및 하위 관료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현 미국 부통령인 카멜라 해리스가 어떤 외교를 시행할지는 정확하게 알기 힘들지만 이미 전문적인 외교 인사들이 갖춰진 상황에서 준비를 잘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왼쪽)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왼쪽)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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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만만해 보이는 나라, 약점을 가진 나라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은 쉽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 원칙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대중(對中) 우리의 원칙과 이익은 무엇인지요?


▲중국은 경제적으로 우리의 세계 제1의 교역국이며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동시 북한에 대하여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로 우리에게는 상당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2000년대 시진핑의 집권 시기에 들어와서 군사력을 대폭으로 강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제는 막대한 경제력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는 정책까지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압력에 우리가 사사건건 중국에 굴복하고 그 나라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나 호주는 역으로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책을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이 밀면 밀린다.’라는 교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주변국에 ‘교훈을 준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오히려 중국이 그러한 정책이 늘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와 호주는 우리보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멀리 떨어져 있고, 북한문제와 같은 직접적인 문제가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 역산을 해보면 처음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나왔을 때 당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미국의 요청 및 요구가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드 문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력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아직까지 사드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저는 중국의 강경한 발언과 제재에 대해 한국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대중외교에 있어 중국이 강경한 입장을 내세워 한국을 위협한다고 해서 상명하복의 방식으로 외교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모든 외교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교훈을 주는 외교적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의문점이 생깁니다. 왜 한쪽만 교훈을 얻어야 하나? 그리고 보통 교훈을 얻어야 하는 쪽은 중국이 아닌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또는 상대국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나 호주처럼 중국의 교훈외교 및 압박에 대해 맞받아치는 것은 어렵더라도 완전히 저자세 외교를 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존심을 위해서라기보다 우리도 명확한 입장과 신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외교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양보를 하더라도 위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양보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중요합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으로 한국의 입장에서도 중국을 압박할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살아오면서 다양한 직책을 맡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정의되기 원하는 것은 교수입니다. 교수는 상당히 어려운 직업입니다. 학자적 지식, 양심, 신념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 직업이 교수입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보람을 가지고 활동하는 직업이 교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라는 직업을 통해 자유롭게 제 소신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교수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이지은 기자 @leezn

녹취/신의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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