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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따위를 일이라고…짤리고 싶나" 멈추지 않는 직장 갑질, 직장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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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직장 갑질' 여전
'솜방망이 처벌'에 관련 법 적용 못받는 노동자들도
전문가 "법 적용 한계가 있는 현행법 개정 시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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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이주미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지 1년 6개월이 넘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갑질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아예 이 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있다. 전문가는 해당 법 적용 확대에 집중하여 최대한 고통 받는 직장인들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반쪽짜리 법' 비판…전문가 "법 적용 확대해야"

사회복지센터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박 모씨는 한동안 센터장의 폭언과 욕설, 업무 배제 등에 시달렸다. 연차를 신청해도 무단결근으로 처리했고 시말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박 씨는 센터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노동부, 국민신문고, 군청에 도움을 청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범위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박 씨는 인권센터에 진정을 내고 나서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박 씨 사례와 같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법이 시행된 뒤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얼마나 줄었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49%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은 법의 보호에서 배제돼 고통을 겪는 셈이다.


지난 2019년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20대 노동자 배 모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는 상사인 '캡틴'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해당 기업을 찾아가 딸을 살려내라며 항의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항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캡틴은 공개적으로 배 씨에게 모욕과 질책을 일삼았고, 배 씨는 이에 항의하다가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캡틴이 배 씨에게 행한 일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골프장 캐디인 배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 의혹을 받는 상사는 배 씨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 하는 등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직장 내 갑질 피해자는 관련 법(근로기준법 제76조2·3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법적 처벌 규정이 없고 법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와 사용자에만 해당하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주민들에게 갑질을 당하는 아파트 경비원, 사실상 상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 프리랜서 영업 사원, 원청업체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 등은 직장 내 금지법 적용을 받기 어렵다. 제 3자인 원청이나 사용자의 가족, 고객 같은 특수관계인에 의한 괴롭힘 역시 마찬가지다.


특수관계인은 직접적인 근로계약에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 노동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괴롭힘에 고통을 겪는다. 원청 업체 직원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하청, 협력 업체 직원을 괴롭혀도 피해자들은 구제받기 어렵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법 적용을 확대하자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법 적용을 확대하자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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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사각지대…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하고 고통 받는 노동자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이에 항의할 수 없거나 그냥 참는 경우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김 모씨는 주무관이 의자, 화분 나르기 등 업무와 무관한 잡무를 시킨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주무관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업무에도 용역업체 직원을 데려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고용승계가 안 될 것이 두려워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에 갑질을 당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행위자 중 고객·민원인·거래처직원(4.4%), 사용자의 친인척(2.6%), 원청업체 관리자·직원(2.3%) 등 이른바 갑의 지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9.3%나 됐다. 10명 중에 1명이 괴롭힘에 시달렸지만, 구제를 받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갑질 방지법의 사각지대는 더 있다.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현행법상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갑질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일 배포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2020년 한 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5823건이다. 2019년 7월 법 시행 이후 6개월간 신고된 사건 2130건 대비 3693건 증가했다.


2020년 직장 내 괴롭힘 월평균 신고 건수 역시 2019년(355건) 대비 37% 증가한 485건에 달했다. 특히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 시행일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전체 사건 7953건 중 송치사건은 1.2%(94건)다. 기소 의견은 전체 사건 대비 기소율 0.36%(29건)에 불과했다.


고소 이후 상황을 보면 재판에 넘기기 위한 절차인 검찰 송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까지 종결된 사건 7941건(99.85%) 가운데 Δ취하 42.50%(3375건) Δ기타 39.84%(3164건) Δ개선지도 16.47%(1308건) Δ검찰송치 1.18%(94건) 등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별로는 폭언이 45.18%(3571건)로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와 따돌림·험담이 각각 21.19%(1675건), 14.97%(1183건)로 조사됐다. 이밖에 Δ차별 4.14%(327건) Δ업무미부여 3.61%(285건) Δ폭행 2.94%(232건) Δ감시 2.11%(167건) Δ사적 용무지시 2.04%(161건) Δ강요 2.02%(160건) Δ기타 1.81%(143건) 등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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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갑질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2018년 기준 26.5%(587만 여명)다. 한국 사회의 전체 근로자 4명 중 1명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소외됐다는 뜻이다.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확대 적용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의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아 법 제도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 적용의 한계가 있는 현행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주미 인턴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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