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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리더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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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국을 이끌어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물이 많은 듯하다. 그의 눈물을 처음 본 것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당선인 신분으로 60년 넘게 살아온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이웃주민과 지지자들 앞에서 한 고별연사에서였다. 전 세계 언론을 장식한, 그의 눈물 흘리는 모습은 ‘이웃과의 고별’을 넘어선다. 도널드 트럼프 재임 4년간의 각종 실정(失政)으로 인해 누적된, 산적한 국정 현안과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국인 등을 떠올리는, 복잡한 감정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전부터 종종 눈물을 보였다. 당선인 시절 미네소타주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부터 코로나19 환자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2017년에는 오랜 기간 초당적 우정을 쌓아온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암투병 중일 때 딸을 위로하면서, 이듬해 매케인 의원의 추모 연설에서도 눈물을 훔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이민정책을 뒤집으면서 불법 이민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대선 유세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는 트럼프의 리더십 스타일(과도한 카리스마 리더십)과 그간의 거친 언행으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가 눈물을 흘린다고 해도 공감과 소통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눈물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기준으로(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분노가 북받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리더, 특히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두고서는 지지층과 반대층에서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그러나 "이 시대 리더에게는 정직한 감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지위가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과 강점 중 하나로 공감능력이 꼽힌다. 정치인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돼서도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국가 권력에 희생당했던 이들과 유가족, 어려운 이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 자주 눈물을 보였다. 그때마다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5·18 왜곡처벌법과 민식이법, 위안부 판결 등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해도 레임덕 얘기는 아직 없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집권여당의 막강한 의석 수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는 누구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나. 코로나19 발생 1년을 넘어서며 삶의 현장에서 커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울음이 그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대권주자 사이에서는 "정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익 본 곳에서 피해 본 곳을 지원하자" "정부가 손실을 보상하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선(死線)에 놓인 비정규직과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대재해법,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담은 노동관계법 등이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도 을이다. 우리 눈물도 봐달라’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해조정과 치유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경호 사회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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