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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립대학이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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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대학등록금이 인하·동결된 것은 반값등록금정책이 시행된 2012년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들은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에 들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고 선언한 2015년 이후 대학들은 등록금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2년 동안이나 등록금을 인하·동결해도 사립대학이 무너지지 않고 견디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사립대학 재정에 거품이 많았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겉모습만 본 결과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병이 깊어진 지 오래다. 혹시 학생 모집에 영향을 줄까봐 말 못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따라 징벌적 정원 감축이 이어졌고, 설상가상으로 학생인구 감소로 줄어든 입학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탈락률마저 높아져 최근 5년간 재학생 수가 11만명이나 줄었다.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인하 및 폐지, 재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수입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등록금 환불 요구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다.


2014년을 정점으로 사립대학 재정지표들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하락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대학은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 무너지는 것을 외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대학 구성원조차도 심각성을 모르기 십상이다.


[시론] 사립대학이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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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도 결산 기준으로 사립대학 등록금 수입은 2011년보다 4600억원 감소했으며, 세입 총액은 6687억원 줄었고, 감소 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도 세입 감소액을 2010년 불변가로 환산하면 1조9669억원이며, 2012년 이후 누적 세입 감소액은 10조3169억원(연평균 1조2896억원)에 달한다.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된 적립금마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빌리면 2010년 초등·중등·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각각 6601달러, 8060달러, 9972달러였으나 2013년에 중등이 대학을 추월했고, 2014년에 초등이 대학을 추월해 2017년에는 각각 1만1702달러, 1만3575달러, 1만633달러로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7년 동안 초중등 각각 5000달러 이상 늘었으나, 대학은 661달러만 늘었을 뿐이다. 고등교육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2010년에 OECD 평균의 73.7%까지 따라잡았던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2017년에는 65.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책 없는 등록금 동결의 결과다.


등록금 동결 이후 국가의 고등교육예산이 연평균 8.59% 늘어났으나, 국가장학금과 국립대 인건비 증가분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1.95% 늘었을 뿐이다. 사립대학들은 교직원 봉급 동결 및 삭감, 비정년교수 임용, 도서구입비 삭감, 졸업이수학점 감축과 개설 강좌 수 축소, 교수연구비와 학생지원비 삭감, 적립금 인출 등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국립대학도 재정 사정이 어렵지만 공무원 신분인 교수 봉급은 계속 인상되기 때문에 사립대보다 낫다. 국립대 교수 봉급은 2010년 대비 35.1% 올랐으나, 사립대학은 2012년 이후 삭감 또는 계속 동결 상태다.


등록금 동결이 행정부 공무원과 국회의원의 봉급 동결로 이어졌다면 과연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앞으로 무너지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다.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무너진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지않아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결함보조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교수의 사회적 지위 하나만으로, 계속되는 봉급 동결을 견디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올해 6월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대학교수도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미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라도 사립대학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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