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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 직장 내 '젊은 꼰대' 주의보

최종수정 2020.08.08 06:00 기사입력 2020.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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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7명 "회사 내 20·30 '젊은 꼰대' 있다"
인간관계에 지친 직장인, '자발적 아웃사이더' 택한다
전문가 "우리나라 서열 문화가 원인"

최근 직장 내 이른바 '젊은 꼰대'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직장 내 이른바 '젊은 꼰대'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우리 때는 그랬어."


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선배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나와 연차도 6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본인이 대선배라도 된 듯 행동한다"면서 "점심시간에 수저를 안 놓았다고 잔소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식 때는 우스갯소리로 '장기자랑 준비 안 해왔냐'고 묻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본인에게는 친근감의 표현이고, 장난일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나이 많은 선배들이 더 잘 챙겨주고, 편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직장 내 이른바 '젊은 꼰대'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고수하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20·30세대에서도 본인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이들에게 충고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간섭과 지적질을 늘어놓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직장인 중 과반은 직장 내 '젊은 꼰대'가 있는 것에 동의했다. 지난해 사람인이 직장인 194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4%가 '직장 내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7명 이상이 '젊은 꼰대'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젊은 꼰대'들은 직장 동료 또는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거나(57.8%, 복수응답)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고 결국 본인의 답을 강요하고(41.3%) ▲'선배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40.7%)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모(27)씨 또한 '젊은 꼰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처음 직장 들어갔을 때부터 바로 윗선배가 나를 싫어했다. 그 선배가 나를 싫어하자 다른 선배나 동료들도 나를 점차 멀리하더라"면서 "이게 직장 내 따돌림인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회의 중에 의견을 말해도 묵살 당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인간관계에 지쳤다. 들어온 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퇴사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젊은 꼰대'로 인해 고통받는 직장인들은 이어지고 있으나, 대다수의 '젊은 꼰대'는 자신이 권위와는 거리가 멀고, 기성세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앞서 살펴본 '사람인'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들은 '젊은 꼰대'들의 특징으로 '자신은 40·50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48.6%,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자신은 권위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37.7%)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33.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른바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택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른바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택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직장 내에서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른바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택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3년 차 직장인 이모(28)씨는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다"며 "스트레스받으면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점심시간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어 혼자 밥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입사원일 때는 선배나 동료의 눈치를 보느라 항상 함께 다녔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직장 내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1%가 스스로를 '자발적 아싸'라고 답했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살펴보면 30대(49.5%), 20대(44.4%), 40대(39.1%), 50대 이상(28.9%) 순으로, 기성세대에 비해 20·30세대의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는 '젊은 꼰대'가 등장한 이유로 서열 중심의 우리나라 조직문화를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는 아직 수직적이다. 특히, 우리는 존댓말 문화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따져야 한다"면서 "또 직장이나 대학 등 조직 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답습해서 일종의 ‘갑질’같은 행위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로 서열을 나누는 경우가 있다 보니 조직 내에서 일부러 자신의 사적인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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