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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기안기금, 계획대로 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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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머리는 용이나 꼬리는 뱀이란 뜻의 사자성어 '용두사미(龍頭蛇尾)'는 흔히 시작은 그럴듯 했으나 끝은 보잘 것 없이 흐지부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 용두사미 꼴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고자 조성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다.


기안기금이 드디어 자금지원 신청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지원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 5월28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을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화려한 출범식이 열린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흐른 뒤다. 국가 경제의 토대가 되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서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지만 문턱은 높고 실행은 더디기만 해 국민의 혈세를 들여 만들어 놓고, 정작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기안기금 조성을 위해 나선 정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발걸음은 재빨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회에 법 개정 협조를 촉구했고 덕분에 정부 발표가 나온지 일주일만에 법개정안은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정부 지원에 목말랐던 기업들은 환호했고 좀 더 버티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기게 됐다. 하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안기금을 절실히 바라는 기업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었고 현재는 과연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대책을 내놓았던 정부가 뒷짐을 지고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기안기금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달라졌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기업의 자체적인 자금조달이나 금융안정패키지를 통한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면 기안기금은 대응여력을 남겨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국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속전속결로 법 개정까지 완료한 것과는 달리 이제는 "유사시 시장 안정판으로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명시했다.


그만큼 지원 신청 기준을 높여놨고 지원을 받은 이후 정부가 원하는 요구 조건도 까다롭다. 특히 총 지원액의 최소 10%가 주식연계증권으로 인수되는데 이는 추후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기금이 제공하는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점도 기금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단 기금 대출금리는 기업이나 업종마다 다르게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정부가 밝힌 기금 대출금리는 '시중금리+α'다. 이 때문에 기안기금이 설치된 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과연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기금의 실행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 또한 대한항공 외 지원 요건에 맞는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태는 박사장 집에 기생(?)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들 기우를 바라보면서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흐뭇하게 말한다. 마찬가지로 정부에도 당초 기안기금 조성을 발표할 당시 그렸던 그림대로 현재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만 반대로 기대심리가 없으면 금융시장은 굴러가질 않는다. 시장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땜질식 처방에 이미 지쳤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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