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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 온다 따라가자" 위험천만 '민식이법 놀이'를 아시나요

최종수정 2020.07.07 14:36 기사입력 2020.07.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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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초등생들 스쿨존서 차 몰래 따라가는 '민식이법 놀이'유행
"민식이법 조롱" vs "과한 해석" 시민들 의견 분분
안전사고 우려도…민식이 부모 "법 문제 있다면 수정해도…"

6일 경기도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도로 옆에 차량이 늘어선 채 주차돼 있다.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6일 경기도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도로 옆에 차량이 늘어선 채 주차돼 있다.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놀이로 통용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라 불리는 이 놀이는 스쿨존에 차량이 진입할 때 학생들이 몰래 따라가 운전자를 겁주는 놀이다. 민식이법으로 인해 처벌이 강화한 사실을 초등생들이 알고, 운전자를 놀리는 것이다. 민식이법에 따른 일종의 운전자 조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운전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일 한문철 교통사고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서 '민식이법 놀이, 진짜 유행인가 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민식이법 놀이'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영상은 스쿨존을 통과하는 승용차 블랙박스가 촬영한 것으로, 영상을 보면 후방에서 차량을 뒤쫓듯 달려오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한 스쿨존 인근에서 아동이 차량 뒤를 쫓고 있는 모습. / 사진=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서울 한 스쿨존 인근에서 아동이 차량 뒤를 쫓고 있는 모습. / 사진=유튜브 '한문철TV' 캡처



한 변호사는 "요즘 이런 식으로 '민식이법 놀이'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며 "뒤에 따라오는 애는 승용차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하면 쾅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다칠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인데,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이 같은 놀이가 '용돈을 버는 방법'으로 통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운전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요즘 유튜브를 보니까 '민식이법 놀이'라고 해서 차를 따라가 만지면 운전자가 돈을 준다더라"며 "용돈이 부족해서 그러는데 한 번 만지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글이 발견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유튜브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민식이법 놀이에 당했다", "아이들이 차를 뒤쫓는다" 등 관련 목격담과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스쿨존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운전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냐"라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초등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놀이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6일 아시아경제 취재진이 만난 초등학생들은 '민식이법 놀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특히 저학년(1~3학년) 학생들은 '민식이법' 자체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형 등 학생의 보호자들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및 5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주부 A 씨는 "'민식이법 놀이'라는 말 자체를 오늘 처음 들어봤다"며 "실제로 그런 일이 어디서 벌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근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조카를 두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B 씨는 '민식이법 놀이' 관련 영상을 본 뒤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차가 느리게 달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해서 아이들이 뒤쫓았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6일 오후 경기도 한 초등학교 앞에 지정된 스쿨존에서 승용차 2대가 서행하고 있다.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6일 오후 경기도 한 초등학교 앞에 지정된 스쿨존에서 승용차 2대가 서행하고 있다.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민식이법 놀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엇갈린 의견도 있다. 직장인 C(31) 씨는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민식이법을 만들었는데, 정작 민식이법 때문에 운전자들도 곤혹스러워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위험해지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는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도 학생들 안전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래도 차 앞에 뛰어들거나 추격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교통안전 교육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30대 직장인 C 씨는 "저런 일이 계속되다가 사고가 나면 운전자와 아이 모두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교사와 부모 차원에서 아동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식이법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민식이법 놀이'까지 나오면서 이 법에 대한 각종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개정의 단초를 마련했던 고(故) 김민식 군 부모는 지난 4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보완이 필요할 경우 법안 내용 일부를 수정해도 괜찮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당시 김 군 아버지 김태양 씨는 "법을 발의하고 수정한 곳은 국회다. 감사하게도 법이 통과됐는데, 그 과정에서 수정되고 보완된 것도 있다"며 "민식이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도 좋다. 수정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해 완벽한 법으로 바뀌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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